있을 땐 여기저기 흘러 넘칠 정도로 많아 관리가 어려운데, 막상 찾으면 그새 다 떨어져 아쉬운 물건. 대다수 가정의 화장대나 협탁 위쯤에 올려져 있을 법한 물건. 이 책의 주인공은 하얀색 면봉이다.
면봉은 연필, 붓, 성냥, 가위처럼 특별하고 고유한 쓰임새가 있는 게 아니라서 별의별 일을 다 한다. 누군가의 귀나 코를 파기도 하고, 화장에도 쓰인다. 멀티탭이나 키보드 자판 틈새 먼지를 제거할 때도 쓰이고 속눈썹을 말아 올릴 때도 필요하다. 궂은일이란 일은 다 하고, 그 일에는 꼭 면봉만이 맞춤 역할을 하지만 사실 세상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평범한 존재다. 흔하고, 잘 부러지고, 잘 잊혀지는 그런 물건.
하지만 면봉은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또 재미있는 쓰임새로, 설레는 일로 불려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놓지 않는다. 분명히 요긴한 물건인데 흔해서인지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던 면봉에도, 자세히 보니 우리의 모습이 녹아 있구나 느끼게 해주는 책. 면봉의 갖은 역할을 유머러스하게 일별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스스로에게도 ‘수고가 많구나’ 말해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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