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교실에 간 ‘나’. 수영은 잘 못해도 자신감은 만점이다. 친구들과 반대 방향으로 스트레칭하고, 거북이등 벨트도 제대로 못 채워 헤매면서도, 사실 ‘일부러 못하는 척’ 하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한다.
이런 정신 승리는 물속에서도 계속된다. 친구들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때, 한참 뒤처지기 시작하는 아이. 대열에서 떨어져서 혼자 좌우로 갈피를 못 잡으면서 수영하지만, 역시나 또 ‘일부러 못하는 척하고 친구들을 먼저 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열심히 발차기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앞사람이랑 멀어질까 봐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뒷사람이 쫓아올까 봐 두근두근하지도 않아.”
자신만의 속도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친구들은 이미 한 바퀴를 다 돌고 다음 바퀴를 시작했는데, 아이는 이제 겨우 반대편 레인 끝에 도착해서 말한다.
“아, 너무 빨리 와 버렸나.”
다른 사람보다 서툴고 느릴 수 있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 없다. 못해서 뒤처진 게 아니라, 단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항해’를 해나가는 게 더 잘 맞는 타입이라 그런 거니까. 스스로를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도와주는 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