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명절이 시작됐다. 달큼한 냄새를 맡고 마을로 내려온 토끼가 파전을 집어 먹고 “이 맛이 으뜸이로다!” 반한다. 고소한 육전 냄새에 끌려 전을 훔쳐먹은 호랑이는 “그 맛이 최고로다!” 감탄한다. 전 맛을 잊지 못한 둘은 다음 해까지 명절을 기다리느니, 직접 전을 만들기로 한다.
고소한 냄새가 산에 퍼지면서 토끼와 호랑이 사이엔 누가 더 전을 잘 부치는지 경쟁이 붙는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심판으로 거북이를 세우지만, 거북이는 고민이다. 토끼 편을 들자니 호랑이가 무섭고, 호랑이 편을 들자니 토끼 꾀가 무섭기 때문이다. 거북이가 낸 묘안은 바로 인간들에게 직접 심사를 받자는 것!
결국 토끼와 호랑이의 전 대결 심사위원으로 전 잘 부치기로 소문난 전 대감 댁 업둥이가 위촉된다. 나이는 어려도 연중 두 번의 차례상과 열두 번의 제사상으로 다져진 전의 달인. 눈 감고도 육전, 파전, 버섯전, 무전, 호박전을 척척 부친다.
공평하게 승자를 가리기로 하고 업둥이 앞에서 최선을 다해 전을 부치는 둘.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명절 필수 음식인 전을 주제로 토끼와 호랑이가 벌이는 요리 대결을 판소리처럼 구성진 문체로 흥겹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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