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발생 더 잦은 탓에 사망자의 총량은 훨씬 많아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통계 분석… 극단적 현상 뒤 ‘숨겨진 피해’ 존재
경제적인 관점에서 기후 위기 조명
◇1도의 가격(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박지성 지음·강유리 옮김/408쪽·2만2000원·윌북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후 위기의 증상들. 저자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오후 세계 기상정보 사이트 ‘어스널스쿨’에 표시된 한반도 및 인근 지역의 불쾌지수 현황. 선명한 붉은색은 ‘체감온도 30도 이상’, 노란색은 ‘체감온도 40도 안팎’을 의미한다. 어스널스쿨 화면 캡처
대중을 위해 쓰인 기후 변화 관련 책들은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이런 형식이다. ①야! 기후 위기가 오고 있어. ②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알아? ③정신 차려, 안 그러면 큰일 나. ④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어. 다 함께 나서자!
세월이 흐르면서 ①의 ‘오고 있다’가 ‘왔다’로 달라졌을 뿐 나머지 패턴은 비슷하다. 그런데 암울한 생각이지만, 이미 파국은 왔고 돌이킬 방법도 없는데 기후 관련 전문가나 연구자란 사람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에 기대어 허망한 동아줄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개미들이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에어컨 끄고, 일회용품을 자제하면 뭐 하나. 분리수거라는 개념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 상승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파리협약을 보란 듯이 탈퇴하는데.
2021년 11월, 과거 육지였던 곳에서 유엔에 보내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남태평양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장관.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섬나라다. 동아일보DB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및 와튼스쿨 교수인 저자가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피해의 ‘숨겨진 비용’을 지적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보이지 않는 더 방대한 피해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35.0도를 넘는 날 사망률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26.6∼35.0도의 날씨에도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연구팀 추정에 따르면 높아진 기온으로 늘어난 노령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이 이렇게 가벼운 더위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뉴스에서 다룰 만한 폭염으로 분류된 더위는 없었다.’(5장 ‘폭염은 어떻게 삶을 무너뜨리는가’에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가벼운 더위’로 인한 사망을 기후 변화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욱이 ‘가벼운 더위’는 폭염보다 온도는 낮지만, 훨씬 더 많이 자주 발생해 사망자의 총량은 ‘폭염’ 때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그 ‘가벼운’이란 용어 때문에 이를 기후 변화의 피해로 잘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렇게 덜 극단적이지만, 더 자주 발생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기상 현상의 한계 효과를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때문인지, 환경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도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럽연합(EU) 내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감소, 의미 있을 정도의 전기차 판매와 태양광, 풍력 발전소의 증가 등을 근거로 든다. 저자는 2021년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새 승용차 중 약 80%가 순수 전기차였다고 말한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갈 길이 멀지만, 세계는 본격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말, 열심히만 한다면 우리의 작은 등으로 구멍 난 독을 메울 수 있을까. 자기와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웬 말?” 이런 무지막지한 말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옆에서 독을 ‘팡팡’ 깨는데, 우리의 작은 등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가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의 수장(水葬)을 일으킨다고나 해야 관심을 가질지…. 콩쥐야! 우리 이미 ‘O’된 거 아냐? 원제 ‘Slow Burn: The Hidden Costs of a Warming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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