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마인드(역사가 주는 12가지 경고)/로런스 리스 지음·조행복 옮김/656쪽·4만3000원·책과함께
소수당에 불과했던 나치는 어떻게 독일을 장악했을까. 교양 있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왜 나치에 선동돼 권력을 헌납했을까. 30여 년간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역사를 추적해 온 저자가 던지는 이 물음이, 왜 2025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진보·보수 모두 어쩌면 이리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지.
영국 BBC 역사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히틀러와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의 사악한 카리스마’ 등을 저술한 나치 전문가인 저자는 나치가 어떻게 사회 전반을 잠식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음모론 퍼뜨리기 △‘그들’과 ‘우리’를 구분하기 △청년 타락시키기 △영웅으로 인도하기 △두려움 키우기 등등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세세하게 나눠 지적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 안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도 상당수다.
“히틀러는 믿음이 지닌 엄청난 힘을 이해했다. 추종자들이 독재자를 온전히 신뢰한다면, 합리적 논거를 아무리 많이 제시해도 그들은 자신이 틀렸음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은 의심해 봐야 한다.”(‘12가지 경고’에서)
저자는 많은 독재자가 지식인을 증오하고 탄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식인들의 올바른 이의 제기가 독재자를 향한 추종자들의 믿음을 흔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지금의 대한민국.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나치와 비록 개탄스럽긴 하지만 한국의 정치집단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 성향의 추종자를 양산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끝이 어디일까.
저자는 ‘나치는 패배했다’라는 말로 책을 맺었다. 저자가 덧붙이지 않았지만, 독일 국민이 나치를 선택한 대가를 얼마나 혹독하게 치렀는지 행간에서 읽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