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자본, 편리함과 효율이 지배하는 세계의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균열과 긴장이 존재합니다.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5 올해의 책’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과 사회, 자연을 성찰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책들이 선택 받았습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본격화된 문학 열풍은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놓쳐서는 안 되는지 되묻게 만드는 한 해였습니다. 올해 새로 출간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 10권을 소개합니다. 》
‘경험’이 사라진 인간은…
1위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지음·이영래 옮김/364쪽·1만9000원·어크로스
“기술 기업의 촘촘한 서비스가 역설적으로 인간의 풍성한 경험들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경고가 강렬하다.”
강이연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석좌교수는 이 책이 급격한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경험의 주권’이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고 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이 쓴 인문교양서다. 기술로 매개된 경험이 ‘직접 경험’을 압도하게 된 현실을 짚는다. 기술로 중개된 가상 커뮤니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물리적 실재인 공공 영역에서 지켜야 할 규범에 둔감해지고, 타인과 교류하는 능력 또한 점점 상실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역시 이 책을 “인공지능(AI) 시대의 공포스러운 측면을 ‘경험’이라는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영역에서 힘 있게 제기한 문제작”으로 평가했다. 기술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지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치억 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직접적 경험의 범위와 깊이가 축소되는 현실을 분석하며, 인간성과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을 차분히 전망한다고 짚었다. “인간다움의 한 축인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사유하게 하는 책으로, 경험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건넨다.”
AI가 인간을 앞지른 세계
2위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368쪽·2만 원·동아시아
“르포 논픽션을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 자체가 훌륭한 작법서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알파고 이후 ‘먼저 온 미래’를 살아가는 바둑인들을 밀착 취재한 기록이 소름 돋을 만큼 생생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란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작가가 자신의 발밑을 정밀하게 성찰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며 다음 장으로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강하다는 평가다.
장 작가가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만나 2016년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계에 번진 변화를 돌아보고, 향후 인공지능이 문학계를 비롯한 여러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한 르포르타주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AI를 다룬 주요 저술들이 외서에 집중된 상황에서, 한국어로 흥미로운 르포를 써냈다는 점이 반갑다”고 짚었다. 바둑을 통해 어느새 인간을 앞지르기 시작한 AI의 존재를 구체적인 현실로 끌어당기며, 다가올 미래를 예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알파고 이후 프로 바둑 기사들의 증언은 ‘먼저 온 미래’의 증언 그 자체”라며 “디스토피아처럼 보이는 세계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재미와 교양을 겸비한 르포르타주”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불편함’서 찾은 삶의 의미
공동 3위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김원진 옮김/444쪽·2만2000원·수오서재
“과도하게 편안하고 편리해진 현대인의 생활이 인간을 나태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과정을 흥미롭게 분석한 책.”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편안함에 젖어들수록 인간의 능력과 인간다움이 서서히 소진되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미국 네바다주립대 저널리즘학과 교수이자 행동 변화 전문가인 저자는 알래스카와 부탄, 볼리비아 정글 등을 탐험하고 각 분야 최고 석학들을 인터뷰하며, 인류가 잃어버린 감각인 ‘불편함’의 진화적 효용을 탐구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저자가 33일간 알래스카의 척박한 자연에서 보낸 생존 체험이 이 책의 문제의식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극한의 환경에서 마주한 불편함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회복하게 했다는 것이다. 제주 해녀와 네팔 셰르파들이 더 건강하다는 사례와도 맞물리며, ‘편안함 바깥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는 이 책이 개인의 삶을 넘어 조직과 사회에도 유효한 통찰을 던진다고 봤다.
“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기존의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문화가 필요하다. 편안함의 경계를 깨고 진정한 경쟁력과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인류사의 통념을 뒤집다
공동 3위 모든 것의 새벽 ◇데이비드 그레이버, 데이비드 웬그로 지음·김병화 옮김/912쪽·4만7000원·김영사
“인류의 역사는 단순에서 복잡으로, 평등에서 불평등으로 흘러왔다는 믿음은 과연 사실일까.”
곽민수 이집트학연구소장은 이 책이 이러한 단선적 역사 이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했다. 저자들은 방대한 고고학·인류학적 증거를 통해 인간의 역사가 결코 한 방향으로만 변화해온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현재의 사회 질서 역시 필연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였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며, 그 깨달음을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간다.
정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단선적 진화의 환상과 유럽 중심주의의 통념을 뒤집는 인류학자와 고고학자의 마지막 통찰이 담겼다”며 “인류 문명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때로는 가벼운 대화 속에서 오히려 번뜩이는 예지와 만날 수 있음을 일러준다”고 평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이 책이 인류사의 밑그림을 새로 그린다고 평가했다. 자유로운 수렵사회에서 억압적인 농경사회로, 평등한 공동체에서 불평등한 국가로 단번에 이동한 것이 아니라, 노예제 수렵사회나 평등한 농경사회 등 각 공동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경로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는 메시지는, 학자가 연구를 통해 희망을 어떻게 생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강의 노벨상 강연문-시
공동 5위 빛과 실 ◇한강 지음/172쪽·1만5000원·문학과지성사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 작가가 펴낸 첫 책. 수상 전에 쓴 여섯 편의 산문과 여섯 편의 시, 손수 찍은 사진을 묶고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문을 더했다.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작가가 30년 동안 천착해온 문학적 화두와 사유와 질문 그리고 그 산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한강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보충 자료로 가치 있다”고 평했다.
소설에선 쉽게 엿볼 수 없었던 작가의 일상적 감흥과 생각이 솔직하게 담겼다. 북향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며 쓴 산문 ‘북향 정원’, 네 평짜리 마당에 정원을 가꾸며 쓴 일기를 모은 ‘정원 일기’, 글쓰기에 대한 자세를 담은 ‘더 살아낸 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작가 고유의 감성이 빛나는 에세이”다.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일독을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겨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장면에서 그가 읽어 내려간 문장들이 건넨 그 위로와 힘을 잊을 수 없다. 책에는 그 문장의 근간을 이루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일상의 풍경이 담겼다. 한 사람을 나답게 하는 것은 대단한 성취 이전에 결국 일상을 어떻게 이어나가느냐에 달렸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것 또한 이 책에서 내가 얻은 바다.”
‘석기’ 이전에 ‘목기’ 있었다
공동 5위 나무의 시대 ◇롤랜드 에노스 지음·김수진 옮김/444쪽·3만2000원·더숲
“식물학부터 고고학, 인류학, 건축학 등에 이르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나무의 역사를 다이내믹하게 이끈 책.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나무의 시대 속에서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사려 깊음도 담겼다.”(곽민수 이집트학연구소장)
6000만 년 넘는 문명의 여정을 지탱해 온 핵심 소재인 나무를 조명했다. 세상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를 때까지 나무가 진화, 기술, 사회 등의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영국 헐대 생물과학과 객원교수가 다각도로 추적했다. 곽 소장은 “고고학적으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도구는 약 33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석기이지만, 그 이전부터 ‘목기 시대’가 있어 왔음을 짚어낸다”고 했다.
특히 이 책은 돌과 청동, 철이라는 세 가지 재료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를 구분해 온 전통적 서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1831년 덴마크 고고학자인 크리스티안 톰센이 세 재료에 따라 시대를 분류하는 개념을 도입한 이래, 이 방식은 인류학과 고고학의 주류가 됐다. 그러나 저자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재료였던 나무를 중심에 둬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일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인류와 나무의 밀접한 상호 관계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했다.
오웰 작품 속 아내의 흔적
공동 5위 조지 오웰 뒤에서 ◇애나 펀더 지음·서제인 옮김/632쪽·2만4000원·생각의힘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세상이, 어느 한쪽이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궈낸 결과물임이 보편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이 같은 책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이현화 혜화1117 대표)
베스트셀러 소설 ‘1984’,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에 관해 70여 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을 들췄다. 오웰의 첫 번째 부인 아일린 오쇼너시(1905∼1945)가 없었다면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던 ‘에릭 블레어’는 ‘조지 오웰’이 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영문학자이자 심리학자였던 오쇼너시는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고, 체포돼 처형될 위기에 처한 오웰과 동료들을 구출한 여전사였다.
그러면서 오웰에게 작품의 중요한 영감을 주고 그를 먹여 살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런 오쇼너시를 오웰은 그저 ‘내 아내’라는 언급으로만 세상에 남겼다. “세상의 빛 앞에 자신의 이름으로 서지 못한 여성들은”(이 대표) 여전히 많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오쇼너시의 존재를 손수 발굴하고 삶을 복원한 저자의 노력을 높이 사면서 이렇게 평했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에 어른거리는 아내를, 지워진 아내를 역사 앞에서 불러 세웠다. 사실과 진실의 이야기는 놀랍고 감동적이다.”
韓 사회의 진짜와 가짜는
공동 5위 혼모노 ◇성해나 지음/368쪽·1만8000원·창비
“작가는 민감하고 예리하다. 작품은 정교하고 지적이다. 인물은 개성적이고, 서사는 강렬하다. 당대의 세태를 시의성 있게 파고들되, 비판적·풍자적 거리를 잃지 않는다. 번져가는 무속 문화, 태극기 부대, 남영동 대공분실, 팬덤 문화, MBTI, 원정 출산 등의 속살을 기민하게 들여다보되, 섣불리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를 결판내지 않고, 문턱과 경계에 머물러 탐색을 거듭한다. 현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능이 눈부시다.”(장은수 출판평론가)
‘새로운 세대의 리얼리즘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 7편이 담겼다. “주목받는 기대주가 단숨에 신인상에 MVP까지 거머쥐었다”는 평이 나온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상상력에 대해 독자들은 환호했다. 우리 곁의 우상, 권위, 부조리들이 조곤조곤 조리돌림된다. 환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의 경계에서 문장들은 거침이 없다”고 했다. “누가 오늘의 한국을 알고 싶어 한다면 ‘혼모노’를 권하겠다”고도 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진짜 같은 가짜들이 넘쳐나는 세태, 소설가 성해나는 무지막지한 몰입감을 독자에게 선사하면서 현실 세계에 대응하는 문학의 짜릿한 입체감을 보여줬다”며 “독자 다수를 현기증 나게 만든 젊은 작가의 미래가 진짜 궁금하다”고 했다.
러닝으로 배우는 인류학
공동 5위 달리기 인류 ◇마이클 크롤리 지음·정아영 옮김/384쪽·2만1000원·서해문집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기록한 달리기에 대한 이 보고서는 400만 년 전 인류가 직립보행을 한 이후 달리기를 하면서 진화하고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아프리카의 흙먼지 위를 달리는 것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수백만 년 전 사바나를 누비던 호모 사피엔스의 원초적 본능이 생생하게 복원된 것이다. 인간은 생각할 뿐 아니라 ‘달리는 존재’였다는 당연하지만 깊은 통찰이 있는 인류학적 탐사기이다.”(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최근 국내에도 열풍이 일고 있는 달리기에 대한 학문적 설명서다. 2020년 영국에서 처음 출판돼 2022년 ‘인류학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마거릿 미드 상을 수상한 책. 국내엔 올해 번역 출간됐다.
이치억 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달리기에 관한 일반적 지식이나 기술이 아닌, 온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낀 ‘인류학’, 아니 ‘인간학’적인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며 “달리기라는 건강한 마약에 중독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달리기를 향한 열정과 철학을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은 “달리기를 인류학으로 끌어올린 이 책이 있기에 다음 달리기 유행은 좀 더 우아하고, 좀 더 본격적이고, 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했다.
美中 갈등 중심에 선 ‘애플’
공동 5위 애플 인 차이나 ◇패트릭 맥기 지음·이준걸 옮김/640쪽·3만2000원·인플루엔셜
“역사는 아마도 1991∼2020년의 약 30년간을 ‘벨 에포크’ 같은 아름다웠던 시대로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함께 난세가 시작되었다고 적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30년 동안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을 가동하며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며 나름대로 행복하게, 나름대로 낙관적으로, 진보적으로,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가 끝났다. 그 시대가 왜, 어떻게 끝나게 되었는지 이 책보다 더 잘 설명해 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
애플을 취재해 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가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한 애플 공급망 전략의 변천사를 심층 취재를 통해 조명한 논픽션. 애플이 중국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미국에도 실존적 취약성을 초래하게 된’ 과정을 짚었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미중 갈등, 기술패권 경쟁, 노동의 이주화 등 오늘날의 세계를 요약하는 여러 키워드를 한 이야기 안에 흥미롭게 녹여냈다”고 했다. 정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갈등 구조 속에 끼어 있는 애플의 성공과 중국과의 연결에 집중했다”면서 “드러난 것의 불편한 이면을 관통하는 시선과 통찰이 빛난다”고 평했다.
‘올해의 책’ 어떻게 선정했나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은 매주 토요일자 ‘책의향기’ 지면에 비중 있게 소개를 했거나 출판계에서 주목받은 올해의 신간(1월 1일 이후 출간)들 가운데 50권을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한 후보 도서로 1차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판, 학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이 각각 5권을 골랐고, 추천 사유도 보내왔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추천받은 상위 10권을 ‘2025년 올해의 책’으로 최종 선정했다.
난파선과 수중 고고학을 다룬 ‘바다가 삼킨 세계사’(데이비드 기빈스 지음·다산초당)는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위 안엔 들지 못했다. 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은 “침몰 당시 사용되던 물건을 그대로 품은 채 바다에 가라앉은 배들은 사진보다 더 감각적이고 즉물적으로 역사를 웅변한다”고 했다.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지은 ‘평화를 여는 역사’(휴머니스트) 역시 아쉬웠다. “전쟁과 다툼 없이 함께 번영해야 할 동아시아 3국의 역사학자, 교사, 시민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평가를 받았지만 간발의 차로 순위엔 들지 못했다.
‘1도의 가격’(박지성 지음·윌북)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전 지구적 경제 변동과 피해를 구체적 자료와 수치로 보여준다. 북극곰을 보여주며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냉철하다”고 했다.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소재로 한 소설 ‘궤도’(서맨사 하비 지음·서해문집)는 “우주와 시간, 자연, 운명, 특히 가족에 관한 작가의 명상은 놀라울 만큼 사무친다. 진정 아름다운 책”(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이란 호평을 받았다.
‘나는 AI와 공부한다’(살만 칸 지음·알에이치코리아)는 “직원들을 육성하고 미래 조직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허정도 교보문고 대표)이란 평가와 함께 추천됐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바바라 F 월터 지음·열린책들)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 파벌화와 극단주의 심화 등으로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내란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곽효환 시인),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알린 T 제로니머스 지음·돌베개)는 “이제 평등과 공정이 보장하는 건강에 몰입할 시간”(황서현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이란 평을 받았으나 목록엔 들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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