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루카 데 메오 지음·유상희 옮김/504쪽·2만5000원·미래의창
“죽는 순간까지 그 차를 몰 수 있다면, 난 그 삶을 천 번이라도 다시 살고 싶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영화 ‘F1 더 무비’에서 주인공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의 대사다. 다소 오글거리긴 해도 ‘내연기관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사로 봐도 꽤 잘 어울린다. 헤이스처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길 만한 책이다.
“람보르기니의 탄생은 믿기 어려울 만큼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초… 페라리는 람보르기니를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페라리 말고 트랙터나 몰 줄 알지!’ ‘트랙터나 만들어라, 이 촌놈아’… 그날 람보르기니는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고, (…) 바로 스포츠카 제조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람보르기니’에서)
책은 이처럼 ‘F1’ ‘디트로이트’ ‘롤스로이스’ ‘번호판’ ‘수소차’ ‘차 고장 수리법’ 등 자동차와 관련된 95개 키워드를 골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압축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담겼다. 독일과 일본, 중국 등 국가의 정체성과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소개했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도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저자는 이력이 화려하다. 도요타 유럽과 피아트 그룹, 폭스바겐 그룹 등을 거쳤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르노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아우디 A1’과 ‘피아트 500’ 등의 성공을 이끌었다고도 한다. CEO로서 갖게 된 넓은 시야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다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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