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로미에게 온 초대장. 예상치 못했지만, 오늘 꼭 가야만 하는 초대다. 로미는 손때 묻은 찻잔과 주전자 등 익숙한 물건들을 챙겨서 여행에 나선다. 고단한 여행길에서 손에 익은 물건들은 위로가 되니까.
로미는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걷는다. 때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잠시 쉬어 가기도 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누군가에게 건네기도 하면서 마음이 점차 가벼워진다. 이 여행이 점점 끝나 간다는 것을 로미는 느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로미의 곁을 지켜준 반려동물 토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 토마를 꼭 안아 준 로미는 마침내 초대 받은 그곳에 잘 도착한다. 생의 마지막 장소.
“이제 나를 위해 울지 않아도 돼요. 나는 이곳에 잘 도착했답니다.”
로미가 입었던 수의만 남은 자리에 따뜻한 햇살과 노란 꽃들이 만발한다. 생의 마지막 여정을 훌쩍 떠난 여행처럼 잔잔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냈다. 로미가 누운 자리가 비춰지는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이 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