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 “직접 겪었다” 증언
“애인 있다 해도 따라붙어”…외국인들 증언한 홍대 헌팅족
화제가 된 ‘홍대가이’ 연출 영상. 해당 영상에서 홍대가이를 연기한 숀은 과장된 한국식 영어 발음으로 외국인 여성에게 다가가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230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출처=인스타그램 @itsseansolo 갈무리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젊은 남성이 삐딱하게 다가와 묻는다.
“Are you open mind? (열린 마음이야?)”
애인이 있다는데도 휴대전화를 내밀며 번호를 요구한다. 온라인에서는 이 연출 영상이 ‘홍대가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퍼지며 22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추파를 던지는 이른바 ‘헌팅족’을 빗댄 것이다. 단순한 농담일까, 실제 풍경일까. 기자가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 단순 밈인 줄 알았는데…외국인 “홍대가이 실제로 있었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의 모습. 이곳에서 만난 영국인 관광객 엘리자베스는 “한국에 오기 전 홍대가이 영상을 먼저 접했다”고 답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영국에서 온 관광객 엘리자베스(24·여)는 “영상 속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관련 영상을 접했다고 한다. “강압적으로 번호를 요구하는 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행 중 성가신 경험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브라질 관광객 레이(22·여)도 “홍대에서만 두 번이나 겪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애인이 있다’고 했는데도 ‘지금 옆에 없잖아’라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남성 관광객을 향한 ‘홍대걸’ 사례도 있다.
프랑스인 휴고(21)는 “여성들이 밥을 사겠다며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며 “금발에 잘생기고 키가 큰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일들이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문화 해방구’ 홍대, ‘헌팅 성지’ 오명 쓸까
클럽과 유흥 주점(헌팅포차)가 밀집한 홍대 어울마당로의 모습.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한국 여행이 본격적으로 활성화가 되기 전에도 이러한 ‘헌팅족’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홍대가이·홍대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최근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숀(@itsseansolo)의 ‘홍대가이’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이후다.
그는 “한국인은 대부분 친절하지만 홍대만큼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유흥 문화 자체는 강남·이태원 등도 활발하지만, 홍대에서는 외국인들이 이러한 불편을 유난히 자주 겪는다는 것이다.
한국에 2년 이상 거주한 프랑스인 매트(22)도 “(영상의 상황이) 불쾌하고 위험하다 느낀다”며 “이런 이상한 헌팅문화가 유독 홍대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대 일대는 클럽·유흥 주점·헌팅포차가 밀집해 ‘헌팅 성지’로 불린다. 문학평론가 이두현 박사는 홍대를 “젊은이들의 문화 해방구”라면서도, “클럽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 “자녀 있다면 안 올 것”…한국 관광 안전 이미지 금 갈까
홍대 클럽 ‘아우라’의 모습.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문제는 한국 관광의 최대 강점인 ‘안전 이미지’다. 이 영상이 외국인 사이에서 퍼지며 ‘밤에도 안전하다’는 인식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다수의 관광객들은 홍대의 첫인상을 이 영상으로 접했다고 밝혔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조금 무섭다고 느꼈다”며 “클럽 거리 주변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의 기피 가능성도 지적된다. 프랑스인 커플 맬바(26)와 토니(28)는 “자녀가 있었다면 홍대를 찾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15세 미만의 자녀와 함께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는 “부정적 인상이 여행 준비 과정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 관광의 강점은 안전성인 만큼, 지자체와 정부가 계도와 정책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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