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주인 대신 내준 전세보증금 900억 날린 HUG… 2000억 추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전세사기 주택 경매, 장기 유찰되자
경매 조건 완화해 보증금 20% 손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피해 세입자들에게 집주인 대신 돌려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을 경매를 통해 회수하는 과정에서 900억 원 넘게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자 HUG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경매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경매까지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전세사기 ‘뒤치다꺼리’ 맡은 HUG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HUG가 대위변제액을 회수하려고 경매에 넘긴 주택 가운데 인수조건 변경부 매물은 6616건이다. 인수조건 변경부란 경매 낙찰자에게 행사하는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포기하고 임차권 등기를 말소하는 걸 뜻한다.

인수조건 변경부 매물 중 낙찰 후 배당까지 완료된 매물은 2132건이다. 이를 통해 HUG가 회수한 금액은 3506억 원으로, 해당 주택에서 HUG가 회수해야 하는 전체 대위변제액(4420억 원)의 80%에 그쳤다. 나머지 914억 원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 채권이 됐다.

HUG가 경매 조건을 바꾸는 건 대위변제액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가 전세사기나 깡통주택 피해를 당하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이를 회수한다. 집주인이 돈을 갚지 못하면 피해 주택을 경매에 넘긴다. 문제는 이런 피해 주택은 낙찰자가 HUG가 대신 돌려준 보증금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유찰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HUG는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지 않아도 좋다는 조건을 내걸고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 HUG 재정난 가중 우려

HUG의 대위변제액 손실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조건을 바꾼 뒤 낙찰됐지만 아직 배당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여전히 경매가 진행 중인 매물이 4454건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매물에서 회수해야 할 대위변제액은 총 9911억 원이다. 기존 회수율(80%)을 고려하면 약 1982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HUG 측은 “부실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겨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빨간불’이 켜진 HUG의 재정난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사기 이후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HUG 영업손실액은 2022년 2428억 원에서 2023년 3조9962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인수조건 변경을 취소하는 등 다양한 조건을 걸어 HUG 재정 손실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전세사기#대위변제액#보증금 반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