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쇼’에 수출 기업들 ‘갈팡질팡’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관세정책 ‘손바닥 뒤집기’ 스트레스
“선적 취소했다 부랴부랴 재개
전례없는 불확실성에 혼란 가중
관세협상 끝날때까지 관망이 최선”

한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 때문에 두통을 앓고 있다. 미국이 수입품에 과중한 관세를 부여한다고 하다가 며칠 뒤 번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품은 물론이고 전 세계 생산망까지 동시에 적용되는 문제인 만큼 일부 기업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쇼’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 ‘트럼프 스트레스’ 겪는 한국 기업들

트럼프 행정부가 9일(현지 시간) 70여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여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기업들 사이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호관세 46%가 책정됐던 베트남에 공장이 있는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공급망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관세 널뛰기가 정리돼야 글로벌 경영 전략을 짤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용민 한태상공회의소 회장은 “상호관세가 부과되니 태국 램차방 항구에서 미국으로 출항하는 선적이 대거 취소됐다가 다시 관세 유예로 선적이 재개되는 등 혼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태국 내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본사와 밤낮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비상 경영 체제”라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이 올 2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하겠다고 했던 게 대표적이다. 당시 관세가 현실화하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멕시코 소재 500여 한국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실제론 관세 부과가 연기되면서 생산 전략을 또 수정했다.

반대로 2일 미국 행정부가 베트남(46%), 태국(36%) 등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을 때는 해당 지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이 멕시코나 한국에서 생산을 증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부품 업체 관계자는 “관세가 요동치다 보니 고객사와 계약을 할 때 납품 가격을 얼마로 써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 공장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는데, 자꾸 상황이 바뀌니 현재로선 상황을 주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 “협상 통해 불확실성 제거해야”

관세가 요동치면서 미국 내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발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수천 대의 차량을 미국 항구에 대기시키거나 일시적으로 선적을 중단하고 있다.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등의 브랜드는 4월 미국 선적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했다.

미국 수입업체들도 자동차와 철강에 품목별 개별관세 25%가 부과되고, 일부 국가는 상호관세가 유예되는 등 관세 관련 변화가 너무 많아 계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입업체에 관세를 계산하고 납부하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상호관세가 유예된 90일 동안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없애길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의약품 등의 품목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총투자비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이르는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의 한국 기업 참여도 요구하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계획을 짜야 하는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며 “관세가 유예된 90일간 정부에서 협상을 잘해 주길 바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관세쇼#상호관세#트럼프 스트레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