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짝퉁-유해성 논란에도
1분기 소액직구 첫 6억달러 넘어
美관세 발효땐 수입 더 늘어나
국내 중기-자영업자 타격 커질듯
올해 1분기(1∼3월) 중국에서 직구(직접구매)로 들어온 저가 상품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 유해 상품, 개인정보 유출 등 끊이지 않는 논란에도 중국 상품이 홍수처럼 밀고 들어오며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관세’가 5월 2일부터 본격화하면 한국을 향한 중국발(發) 저가 공습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부진한 내수에 부가가치세까지 면제받은 중국 상품이 더욱 쏟아져 들어오면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1분기 관세와 부가세가 붙지 않고 한국에 들어온 중국 상품은 총 6억1000만 달러 규모였다. 한국 소비자가 ‘알테쉬’에서 사는 저가 상품이 대부분 여기에 속하는데, 중국 이커머스가 급부상한 1년 전(5억4200만 달러)보다도 12.5% 늘어나며 처음으로 6억 달러를 넘어섰다. 건수로는 2632만 건에서 2942만 건으로 11.8% 증가했다. 한국은 150달러 이하 소액 직구 물품에 대해서는 관세와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고 통관(목록통관)해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면세 기준이 200달러로 조금 더 높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소액 직구는 최근 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액 직구가 감소하는데도 중국발 직구만 늘었다. 미국의 경우 1분기 소액 직구 액수(6400만 달러)가 1년 전(9900만 달러)에 비해 3분의 2로 줄었다. 직구 건수로 비교해 봐도 153만 건에서 102만 건으로 감소했다. 고공행진하는 환율에다 중국 저가 상품이 미국 상품에 대한 수요를 흡수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짝퉁, 유해성, 개인정보 유출 등 중국 이커머스를 둘러싼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는데도 중국 직구가 오히려 늘어난 건 누적된 고물가, 고금리의 반사이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전략이 국내 소비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저가 상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물량 밀어내기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소액 수입품에 대한 면세를 폐지하겠다고 2월 공언한 데 이어 최근에는 5월부터 중국발 소액 수입품에 1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관세 폭탄으로 알테쉬 상품의 미국 진입이 사실상 막히면 갈 곳을 잃은 많은 중국 초저가 상품들이 한국으로 향할 수 있다. 내수가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소액 직구 상품은 관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격에 더해지는 부가세까지 면제받아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더 유리하다.
정부는 중국 상품의 내수 시장 장악,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지난해 소액 직구 면세 제도 개편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직구 인기가 높아지며 일각에서 ‘서민 과세’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다만 정부는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 등이 한국 시장에 저가 상품을 덤핑하지 않도록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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