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공개한 다크팩토리의 내부 모습. 불 꺼진 공장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생산장비의 디스플레이와 센서에서 나오는 불빛만 반짝이고 있다. 샤오미 유튜브 채널 캡처
중국 샤오미는 2023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샤오미의 스마트 팩토리를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하나 올렸다.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조 과정을 둘러보는 이 영상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으니 조명도 없다. 불이 꺼진 어두운 공장을 비추는 건 생산 장비의 디스플레이와 센서에서 나오는 불빛뿐이다.
기계가 공정과 공정 사이에 제조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옮겨 두면 센서가 스마트폰을 스캔한 뒤 알맞은 자리에 부품을 끼워 넣는다. 프레임 모서리를 깎고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완성된 스마트폰을 박스에 넣어 포장하는 것 역시 기계가 하는 일이다. 포장이 완료된 박스를 로봇팔이 들어 옮기고, 다시 기계가 박스를 비닐로 감아 출하 준비를 마치는 장면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샤오미는 “이 공장은 완전 자동화된 조립 라인으로 운영된다”며 “불을 끄고 운영되는 다크팩토리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크팩토리’가 새로운 공장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다크팩토리는 말 그대로 ‘불 꺼진 공장’을 의미한다. 제조에서 공장 관리에 이르기까지 인력 투입이 없어 조명을 켤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다크팩토리로 불린다. 완전한 다크팩토리를 구현하려면 산업용 로봇과 물류 로봇, AI 시스템, 각종 센서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아직 지구상에 완전한 다크팩토리는 나오지 않았다. 순수한 의미의 다크팩토리를 만들려면 자재 운반, 조립, 검수, 포장 등 생산 과정은 물론 기계가 고장 났을 때 고치는 공장의 유지 보수까지 모두 로봇이 맡아야 한다. 하지만 샤오미 공장처럼 자재 가공부터 생산, 포장, 검수 과정의 완전 자동화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창핑 스마트 팩토리를 정식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생산 라인의 모든 공정을 100% 자동화로 운영한다. 이 공장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을 1초에 1대꼴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FANUC)도 2001년부터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화낙의 공장은 하루에 최첨단 제조 로봇 50대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최대 30일 동안 가동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공장 유지·보수와 관리 등 극히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사람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공장인 셈이다. 화낙의 로봇 제조 공장은 냉방이나 난방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전 무인화까진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공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한 공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공장은 기초 부품 조립부터 모터와 감속기 등 주요 부품 조립, 도색까지 대부분의 공정에 로봇을 적용해 자동화했다. 2만3140㎡(약 7000평) 규모에 공장에 극소수 직원들만 상주하며 공정을 관리한다.
반도체 기판을 제조하는 LG이노텍은 제품 검수 과정을 AI에 맡기고 있다. 생산이 완료된 기판을 로봇이 ‘비전 스크리닝’ 검사대로 옮기면 불량품과 양품 데이터 수만 건을 학습한 AI가 육안으로 잡아내기 어려운 미세한 불량을 30초 안에 찾아낼 수 있다. LG이노텍은 AI 비전 검사를 통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타임을 최대 90% 단축하고, 샘플링 검사를 위해 투입하던 인원을 90% 줄였다고 설명했다.
● 높은 초기 투자와 일자리 감소 반발은 숙제
다크팩토리가 미래 공장의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제조업 생산 공정이 갈수록 첨단화되면서 생산 과정에 극도의 정밀함이 요구된다. 이제 인간의 팔이 할 수 없는 미세한 공정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기업은 생산성이 29.4% 증가했고, 품질은 42.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원가는 15.9% 줄고, 기업 매출은 평균 6.4% 올랐다. 제조 공정에 사람이 투입되지 않아 산업 현장에 항상 존재하는 인명 사고 가능성도 ‘0’으로 만들 수 있다. 불필요한 조명과 냉난방 소요가 없어 에너지가 절감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감소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기업 활동 트렌드에도 적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확산되는 공급망 리스크를 극복할 해법으로도 다크팩토리를 주목하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 생산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수요가 있는 곳에 공장을 세워 관세 등 경영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생산기지가 중국 등 미국 밖에 있는 애플도 다크팩토리를 활용하면 미국 안에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로봇 팔만 있다면 아이폰 생산 기지를 미국에 둘 수 있다”며 무인 공장 설립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높은 초기 투자 및 유지·보수 비용, 일자리 감소에 대한 반발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7년까지 최대 83만 개의 일자리가 공장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등에 의한 산업 자동화는 고용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줄어드는 일자리는 대체로 조립 라인과 물류창고 등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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