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가보니
소음 테스트에 40개월 이상 전력
정숙성-승차감 높여 중국산 대응
23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NVH동 몰입음향스튜디오에서 연구원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 채 가상 소음을 체험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23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가상환경 평가실. 연구원이 대형 화면 앞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자 실제와 같은 터널 속 주행 상황이 펼쳐졌다. 3cm 열려 있던 창문이 수 cm씩 더 열리자 소음이 증가하며 화면 명도도 실시간으로 변했다. 외부 소리, 빛을 막아주는 ‘차폐감’을 연구원들이 고객 입장에서 직접 느껴 평가하는 과정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관세 타격과 중국 전기차(EV)의 저가 공세 여파로 그룹의 주축인 현대차가 올해 2분기 15.8%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에 ‘1cm의 소음’조차 혁신하는 기술 위주의 생존 전략으로 실적 회복에 나선다는 포부다. 하반기 가성비의 비야디(BYD) 등이 잇달아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기술 혁신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핵심 연구개발 시설인 남양연구소의 EV 관련 시험동 일부를 공개했다. 이 NVH(소음·진동·불쾌)동은 전 모델의 정숙성 고도화로 시장 반격을 꾀하는 곳이다. EV는 엔진 소음이 없다 보니 미세한 소음, 진동도 잘 느껴져 이를 제어하는 게 관건이다. 현대차·기아는 VR 평가를 포함한 소음 테스트에만 모델 한 대당 40개월 이상을 쏟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호라이즌은 글로벌 자동차 NVH 시장 규모가 2030년 151억6680만 달러(약 20조717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타이어, 핸들링 등이 주는 승차감을 연구하는 R&H(Ride & Handling) 또한 사활을 거는 영역이다. 이날 R&H 성능개발동의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실제 도로 노면을 재현하며 타이어 등으로 이뤄진 모듈에 시속 80km로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과 같은 충격을 전달했다. 이때 초당 최대 40개의 데이터가 입력됐다.
현대차·기아가 R&H를 측정하는 지표는 수십 가지이다. 진동은 물론 상하 흔들림, 좌우 움직임부터 이들이 복원되는 정도도 연구 대상이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타 글로벌 업체 모델의 승차감도 이 시험기에 올려 측정해 참고한다”고 했다. 세단을 뛰어넘는 승차감을 내세워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2024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아 EV9도 이 같은 연구를 거쳐 탄생했다.
현대차·기아 EV는 승차감 고도화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해 가성비로 중무장한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상반기엔 테슬라와 BYD 사이에 낀 입장이었다. 자동차 통계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EV는 테슬라 모델 Y(1만3189대)로 2, 3위인 기아 EV3(7512대), 현대 아이오닉 5(4211대)를 압도했다. 올 4월 출시된 BYD 아토3(955대)는 3000만 원대 초반 수준 가성비로 단번에 17위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의 잇따른 국내 진출도 현대차·기아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 2위 지리자동차의 EV 브랜드 지커는 올 2월 한국 판매법인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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