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비자와 K스카우터 통해
외국 ICT 창업기업 속속 유입
중소벤처기업부 제도 개선 효과
국내 창업 생태계 더욱 활성화… 글로벌 기술 중심 허브 전망도
“특별 비자는 ‘만능열쇠’였어요. 그저 서류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 비자’ 제1호로 국내에 진출한 스페인 스타트업 AiMA 공동 창업자 카를로스 킥 대표(사진)는 11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 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가 해외 유망 스타트업 국내 유치를 위해 지난해 11월 도입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성장하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려는 외국 창업기업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국외 스타트업이 기술창업(D-8-4) 비자를 받으려면 각종 점수를 기준 이상 받아야 했는데, 이런 정량적(定量的) 조건을 최소화하고 민간평가위원회가 사업성과 혁신성, 국내 경제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한 것이다.
● ‘한국에서, 한국을 위해’
디지털휴먼코퍼레이션(DHC)의 인공지능 활용 디지털 휴먼 ‘AiMA’ 프로토타입. 노인이나 외로운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내 감정을 살피며 대화할 수 있다. DHC 제공카를로스 대표는 올 4월 한국에 새로운 법인 디지털휴먼코퍼레이션(DHC)을 세우고 세계 시장 도약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가 개발한 기술 AiMA는 화면을 통해 사람과 대화하며 상대방 표정 변화로 감정을 읽어내 공감해 주는 가상 존재(디지털 휴먼)를 구현한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AI)과 3차원(3D) 그래픽 기술을 결합해 인간 같은 외모와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홀로 된 노인이나 외로운 사람, 그리고 환자 등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여름 넥스트라이즈(NextRise·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행사)에 참가해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휴먼 기술 도입이) 긴급히 요구되는 현실을 알았습니다.”
현재 DHC의 기술은 개념 증명(PoC·새 기술이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검증하는 초기 단계 시험)에 성공한 수준이다. 디지털 휴먼도 프로토타입이라는 얘기다. 카를로스 대표는 “이 개념 증명도 스페인 시장에 국한된 기술이다. 문화적으로 독특하고 역동적인 한국에서 한국 사람과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려면 이곳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며 DHC를 세운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한국을 위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대표는 디지털 휴먼 기술의 목표는 단지 ‘AI 동반자’가 아니라 ‘디지털 수호천사’라고 밝혔다. 이용자의 가족 및 응급구조 체제와 결합한 사회안전망까지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작은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 한국이 내게 판돈을 걸었다면 나는 내 모든 것을 한국에 걸었다”면서 “나와 한국이 함께 서울에서부터 탁월한 인간 중심 AI의 허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확신하게 된 데까지는 이 회사를 초기에 발굴한 ‘K스카우터’의 힘이 작지 않았다. 유망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국내로 끌어들여 정착시키고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의 K스카우터는 중기부가 모집한다. DHC의 K스카우터는 벤처포트(대표 박완성)가 맡았다.
박 대표는 “2019년 삼성전자 글로벌 혁신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카를로스 대표는 한국 진출 의지가 강했다”면서 “유럽, 아프리카, 중동에서 이젠 ‘한국에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동반자가 되는 K스카우터
리베라웨어코리아의 드론.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좁고 위험한 공간을 날아 들어가 안전성을 검사하고 실시간 화면과 데이터를 전송해 디지털 트윈을 구성한다. 리베라웨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벤처포트가 DHC를 발굴했다면 또 다른 K스카우터 펜벤처스는 리베라웨어를 발굴했다. 2016년 일본에서 한국인 민홍규 씨가 설립한 리베라웨어는 사람이 직접 드나들기 어려운 공간에서 위험 요소를 탐지하는 소형 드론 아이비스(IBIS)와 운영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전 격납용기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지난해 IBIS를 사용했다. 가스관이나 공장과 건물의 환기 및 정화용 덕트는 물론이고 하수도, 터널, 변전소 같은 사회기반시설 점검에도 많이 쓰인다.
IBIS는 가로세로 각 20cm에 무게는 약 250g에 지나지 않는다. 드론 둘레는 범퍼가 부착돼 벽에 부딪혀도 비행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3D 데이터를 전송해 이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탐지한 공간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 예측 등을 가능하게 한다.
리베라웨어는 지난해 펜벤처스의 지원을 받으며 국내 법인 리베라웨어코리아(대표 김태홍)를 설립해 본격적인 인프라 시장 진출에 나섰다. 1970, 80년대 지은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진행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산업현장 안전사고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드론 수요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베라웨어를 현장에서 발굴한 키이스 리 펜벤처스 이사는 “펜벤처스는 스타트업이 사업 규모를 급격히 확장하는 스케일업 단계에 있다”며 “특히 펜벤처스 제품이 한국의 니즈에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매우 큰 성장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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