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종종 점진적인 발전이 아닌 비약적인 도약과 혁신을 통해 이루어진다. 1962년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한 이후 해당 용어는 기존의 벽을 뛰어넘는 혁명적 도약을 가리킬 때 자주 사용되고 있다. 1969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대한민국 도로의 첫 번째 패러다임 전환을 알렸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세종포천고속도로의 개통은 고속도로의 두 번째 패러다임 전환을 일구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종포천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서 복합 사회 인프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된 첫 사례이며, 첨단 도로 기술과 복합 휴게시설을 집약적으로 반영했다.
이 고속도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제한속도 시속 120km를 도입한 점이다. 안전한 고속주행을 위해 차로 폭을 확대(3.6m→3.75m)하였고, 음파센서 등 첨단 기술로 포장 평탄성을 높였으며, 전 구간 배수성 포장으로 강우 시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고속도로 내 사고를 자동 감지하는 스마트 교통관제 시스템과 사물인터넷 기반 실시간 교통정보 시스템을 도입해 미래 교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주요 시설물로는 세계 최장 경간 콘크리트 사장교인 고덕토평대교와 국내 최장 3차로 터널인 남한산성터널이 있다. 특히, 도로 위 상공에 만들어진 처인휴게소는 가상현실(VR) 및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체험과 무인·자동화 시설을 갖춘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단순한 휴게소의 기능을 넘어 또 다른 여행 목적지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 랜드마크로 발돋움했다.
2025년 1월 개통 이후 세종포천고속도로는 하루 평균 7만 대의 차량이 이용하며 교통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주요 간선축인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명확하게 나타났다. 전년 대비 경부고속도로 교통량은 12%, 중부고속도로는 11% 감소했으며, 정체구간 길이는 63%(89km→33km) 줄어들고 평균 통행속도는 66%(시속 47km→78km) 증가했다.
그 결과 기존 경로 대비 주행거리는 19.8km, 통행시간은 최대 49분 단축되어 연간 약 5489억 원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국민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다차원적인 편익을 창출하는 공공사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현재의 경제성 분석이 고속도로의 다양한 편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를 개선하고자 분석 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분석 기간을 기존 30년에서 40년 이상으로 확대하고, 도로 시설물 잔존가치, 통행 쾌적성, 지역산업 활성화 편익 등을 새롭게 포함해 장기적 가치를 평가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세종포천고속도로를 시작으로, 혁신과 기술로 국민의 일상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연결하며,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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