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조금 이상해도 병원 검진!… 피부암 완치 가능성 UP”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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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수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
“자외선 잘 피하면 피부암 대부분 예방 가능”
“매년 9000여 명 피부암 발생, 흑색종 상대생존율 64%”


서수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서수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얼굴, 목, 팔다리의 점이나 사마귀가 점점 커지면서 피가 나고 궤양이 생겨 잘 낫지 않는다면? 심지어 레이저 시술로 점을 뺐는데도 다시 생겨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몸통, 특히 발바닥 또는 손발톱에 색소 반점이나 선이 생겨 장기간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이런 증상들이 있다면 곧바로 피부과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피부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부암은 대부분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방치해 전이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피부흑색종은 조기 발견하지 않으면 치명률이 높은 악성 암이다.

대한피부암학회 통계에 따르면 매년 9000여 명 정도의 피부암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한다. 10만 명당 기저세포암 환자는 7.6명, 피부편평세포암은 6.5명, 피부흑색종은 1.5명 정도다.(2019년 기준) 5년 상대생존율은 기저세포암 100%, 피부편평세포암 90% 정도지만 피부흑색종은 64%로 상대적으로 예후가 나쁘다.

과연 피부암을 일으키는 원인과 증상은 무엇이고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피부암 치료의 대가인 서수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피부과 과장)를 만나 답을 구했다.

예후 매우 나쁜 암, ‘피부흑색종’
피부암은 어떤 질환인가?

고려대학교의료원 제공
고려대학교의료원 제공
“피부는 밖에서부터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구분되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성종양을 피부암이라 한다. 대부분의 피부암은 표피에서 생기며 표피세포의 유래에 따라 기저세포암, 피부편평세포암, 피부흑색종으로 나뉜다.”

기저세포암의 특징은?

“기저세포암은 표피 가장 아래층의 기저세포에서 유래하는 가장 흔한 피부암으로, 주로 고령층에서 얼굴같이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부위에 발생한다. 전이가 거의 없어 대부분 치료 성과가 좋지만, 오랜 시간 방치하면 침윤해 조직을 계속 파괴하며 뼈를 뚫고 들어가기도 한다.”

피부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 바로 위에 위치한 표피세포에 생기는 암으로, 면역이 억제된 장기이식 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장기간 누적된 자외선량이 위험인자라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특히 농부나 어부 등 야외 활동이 많은 남성이 잘 걸리는 이유도 자외선 때문이다. 대다수의 피부편평세포암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고 예후가 좋지만, 기저세포암에 비해서는 전이 가능성이 높다. 특히 2cm 이상의 크기이거나 귀 또는 입술에 생길 경우 국소림프절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피부흑색종은 어떤가?

“앞선 두 피부암보다는 발생률이 낮지만 점점 증가 추세를 보인다. 방치할 경우 예후가 매우 나쁜 암으로 악명이 높다. 백인은 얼굴이나 몸통 등 관찰이 쉬운 부위에 발현하는 반면, 한국인의 경우 발바닥이나 손발톱의 색소침착 등의 형태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각 피부암의 공통된 증상은?

“단순한 점이나 사마귀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점차 자라면서 피가 나기도 하고 궤양이 생겨 낫지 않는 등 일반적인 피부 종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저세포암과 피부편평세포암의 증상은?

“기저세포암은 점으로 오인해 레이저치료를 받는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레이저치료 후 병변이 빨리 재발하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다면 바로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피부편평세포암은 작고 다소 융기된 모양의 점으로 시작했다가 서서히 커지면서 단단해져 살색 또는 홍반성 결절이 된다. 사마귀처럼 자라거나, 궤양이 발생하거나, 딱지가 앉을 수도 있다. 단단하게 엉겨 붙은 각질을 동반한 결절이 있으면 피부과를 방문해야 한다.”

흑색종 판단 기준, ‘ABCDE 원칙’
피부흑색종의 증상은 어떤가?

“얼굴이나 몸통처럼 관찰이 용이한 부위에 검은 반점이 있다면 ABCDE 원칙에 따라 살펴봐야 한다. A(Asymmetry) 비대칭성, B(Border) 병변 가장자리의 불규칙성, C(Color) 색조의 다양성, D(Diameter) 점 직경이 6mm 이상, E(Evolution) 점의 빠른 변화 등이다. 6mm 이상의 비대칭적인 점이 빨리 커지고 얼룩덜룩하면서 가장자리 경계가 매끈하지 않고 들쭉날쭉해 보인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발바닥처럼 평소 관찰이 어려운 부분과 손발톱에 생기는 경우다. 피부흑색종은 아무런 증상 없이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초기에는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 부위에 장시간 지속되는 색소반점이 있다면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각 피부암의 원인은?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 원인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짧은 파장대의 고에너지 전자기파로, 유전자 변이를 잘 일으켜 1급 발암물질(세계보건기구)로 분류됐다. 피부편평세포암은 장기간 노출된 자외선의 누적 영향이 큰 반면, 기저세포암은 간헐적으로 짧게 노출된 강한 자외선의 영향이 더 크다. 이는 흑색종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입은 단 한 번의 일광화상(물집이 잡힐 정도)이 성인이 된 후 흑색종의 발병률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국내 환자에게 흔히 생기는 손발바닥이나 손발톱에 생기는 흑색종은 외상이나 만성적인 압박, 자극, 마찰과 연관성이 더 있다고 추정된다.”

유전이나 가족력과의 관계는?

“단발성 피부암은 가족력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일부 다발성 기저세포암의 경우 유전될 수 있다. 이형성모반증후군 가족력이 있을 경우 피부흑색종 위험군으로 분류하지만, 이는 동양인에게는 매우 드물다.”

피부암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가장 정확한 진단은 조직검사다. 피부는 다른 암과 달리 손쉽게 조직을 채취할 수 있어 조직검사가 쉽고 간단하다. 최근에는 병변을 빛의 간섭 없이 확대 관찰하는 더모스코피를 통해 진단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피부암은 인종별로 어떤 차이가 있나?

“피부의 색소는 피부암의 가장 큰 원인인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다.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피부가 검어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데, 유색인종에 비해 백인들은 보호기능이 낮아 자외선에 더 취약하다.”

피부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피부암은 내부장기와 달리 손쉽게 암종을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피부의 얕은 부위에 생긴 초기 암은 바르는 약이나 레이저, 냉동치료 등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진행된 경우라면 수술적 제거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암 수술과 달리 피부암은 눈, 코, 입, 귀가 있는 얼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흉터나 외형 변화 같은 미용적 부분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암세포를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그 경계면을 실시간으로 현미경 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한 후 남은 부분을 조금씩 떼어가는 모즈미세도식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세포 수준에서 잔여 병변을 확인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암종의 말끔한 제거가 가능하지만, 수술 시간이 길다. 수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이가 된 경우는 방사선 및 약물 요법으로 치료한다.”

실내 태닝도 피부암 유발인자
피부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대부분의 피부암은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림프절을 통해 전이되거나 하부조직으로 침윤해 광범위하게 전이되면 위험하다. 피부암은 큰 불편감이 없어 오랜 시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피부흑색종은 방치돼 병기가 진행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예방만큼 중요한 게 조기 발견이다. 조금만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고, 피부암 가족력이 있거나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암 발생 우려가 큰 사람들은 1년에 1회씩 정기 피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수술 후 합병증은?

“감염이나 출혈 등 일반적인 합병증을 제외하면 미용적 부분이 가장 크다. 피부암은 얼굴에 주로 발생하므로 수술 흉터가 크거나 수술로 눈, 코, 귀, 입 등이 구조적으로 뒤틀리면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손발에 많이 생기는 피부흑색종은 발생 위치에 따라 걸음걸이가 불편해질 수도 있고, 손발톱 변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병변이 작을 때 되도록 빨리 피부암을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피부암 예방 수칙이 있다면?

“피부암의 가장 큰 적은 자외선이다. 만성적으로 자주 노출되든, 간헐적으로 강하게 노출되든 자외선은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야외에서 일하거나, 스포츠와 레저를 즐기거나,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에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실내 태닝도 피부암의 유발인자이므로 삼가는 게 좋다. 당연히 담배와 술도 좋지 않다. 외음부 피부암의 경우 성 접촉을 통해 사마귀 바이러스로 전파되므로 적절한 피임 기구 사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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