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안의 시한폭탄 뇌졸중, ‘FAST’ 원칙 알면 생존율 UP!”[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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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성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뇌혈관 막히면 뇌경색, 파열되면 뇌출혈”
“발병 위치, 크기, 재발 여부에 따라 치매 동반 가능성”
“뇌졸중 가능성 비만 정도에 비례… 특히 복부비만 위험!”

유성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지호영 기자
갑작스럽게 말이 어눌해지고 얼굴의 한쪽이 처져 회복되지 않는다면? 거기에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상까지 있다면?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거나 뇌혈관이 파열돼 뇌 안에 피가 고이는 뇌출혈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즉시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뇌경색과 뇌출혈을 합쳐 부르는 뇌졸중은 지난해 기준 국내 사망원인 4위(뇌혈관질환)로, 발병 후 1년 이내 사망자 비율(1년 치명률)이 20.1% (65세 이상은 32.1%)에 달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연간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사람만 약 2만 명 이상이다.(2024년 보건복지부 통계)

뇌졸중이 다른 질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발병이 워낙 갑작스럽고, 치료를 잘 마쳤다 해도 심각한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와 가족의 물적·심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과연 뇌졸중은 어떤 질환이고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뇌졸중 치료의 명의인 유성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를 찾았다. 유 교수는 ”성인의 뇌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고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뇌졸중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뇌졸중 85%는 뇌경색, 15%는 뇌출혈
뇌졸중은 어떤 질환인가?

“뇌는 신체 무게의 약 2% 정도이지만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전체 산소의 20%를 소비한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혈류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뇌졸중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국소적인 또는 완전한 뇌 기능 장애가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뇌졸중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뇌경색(허혈성뇌졸중)과 뇌출혈로 나뉜다. 쉽게 말해 뇌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뇌경색, 뇌혈관이 파열되어 뇌 조직에 혈액이 유출되면 뇌출혈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85%는 뇌경색, 15%는 뇌출혈로 알려져 있다.”

뇌경색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뇌경색은 원인에 따라 대혈관(경동맥·뇌동맥) 질환에 의한 뇌경색, 심장 색전(심장 내 혈전)에 의한 뇌경색, 소혈관 또는 뇌 심부 혈관이 막히는 열공 뇌경색 등으로 분류한다. 24시간 이내에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뇌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는 ‘일과성허혈발작’이라고 한다. 막힌 뇌혈관이 어느 뇌 조직에 혈류를 공급하는지에 따라 증상이 발생할 신체 부위가 결정된다.”

뇌출혈은 어떻게 분류하나?

“주로 출혈 위치에 따라 분류한다. 뇌 조직은 바깥쪽부터 머리뼈(두개골), 경막, 지주막, 연막 순서로 감싸여 있다. 가장 바깥쪽에 생기는 경막하출혈은 주로 외상에 의해 발생하며, 지주막 아래에서 발생한 출혈의 원인은 대부분 뇌동맥류 파열이다. 뇌내출혈은 뇌 조직 안의 혈관이 파열돼 직접적인 손상을 가하는 것이다.”

뇌졸중의 대표적 증상은?

“몸 한쪽 방향의 얼굴, 팔과 다리에 멍멍한 느낌이 들면서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등 안면에 마비 증상이 생기거나 말이 어눌해지기도 하며, 어지럼증을 보이다 심하면 극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앞이 갑자기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뇌졸중이 아닌 경우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순간적으로 막히거나 터져 생기는 병이므로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며칠,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심해졌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뇌졸중은 팔다리 마비나 피부감각 둔화가 느껴질 경우 몸 한쪽의 팔과 다리에 증상이 함께 온다. 만약 양측 팔이나 다리에 마비가 동시에 일어났다면 다른 질환일 확률이 높다.”

“유전은 직접적 원인으로 보지 않아”
증상이 금방 사라졌다면?

“증상이 24시간 이내 완전히 사라지고 몸이 회복되는 경우를 일과성허혈발작이라고 하는데, 이를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사라졌다 해도 뇌 MRI검사 시 급성 뇌경색이 확인되거나 금세 증상이 다시 발생하기도 하므로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만으로 뇌경색과 뇌출혈이 구분되나?

“증상만으로 구별할 수는 없고 반드시 검사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뇌는 좌우 또는 각 부분의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부위가 손상됐는지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뇌졸중의 발생 원인(위험 요인)은?

“뇌졸중 발생과 연관성이 높다고 알려진 요인부터 열거하면 나이(고령),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장질환(심방세동), 흡연, 비만, 음주, 대사질환 순이다. 유전적 요인은 일부 특수한 뇌졸중을 제외하고는 직접적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위험 요인들과 관련돼 가족력이 있는 경우 지속적 생활 습관 개선 노력과 정기검진을 권한다.”

비만이 뇌졸중을 일으키는 이유는?

“뇌졸중 발생 위험은 체중 증가와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심장동맥 질환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부비만이 뇌졸중 발병 위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증상이 있으면 응급실로 가야 하나?

“가장 기억하기 쉬운 것은 미국뇌졸중학회(ASA)가 배포한 얼굴(Face), 팔(Arm), 언어(Speech), 시간(Time)을 의미하는 ‘FAST’ 원칙이다. 얼굴 한쪽이 갑자기 처지거나 비뚤어져 비대칭이 생기는지, 양팔을 앞으로 뻗고 있을 때 한쪽 팔이 힘이 없어 내려가는지 또는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지, 발음이 어눌해지고 말이나 문장을 이상하게 얘기하거나 이해 못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증상 중 하나라도 갑자기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전화해 가급적 빨리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전에 없던 갑작스러운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발생한 경우, 뇌 영상 검사에서 해당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뇌졸중 진단을 내린다.”

“예방은 최선의 뇌졸중 방지책”
뇌졸중의 치료법은?

“뇌경색은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라면 정맥 내에 혈전(피떡)용해제를 투여해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6시간 이내라면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의 경우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내라도 환자의 상태와 뇌 영상 소견에 따라 시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환자에게 시행하기도 한다.

뇌출혈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이 위험한데, 이 경우는 머리를 열고 동맥류 경부를 동맥류 클립으로 묶는 수술적 클립 결찰술을 시행한다. 또는 뇌동맥류 내에 백금 코일을 채워 넣어 정상적인 혈류를 유지하되, 동맥류로 혈류가 공급되지 않게 하는 수술을 할수도 있다. 뇌내출혈의 경우는 환자의 상태, 출혈의 위치, 크기 등에 따라 뇌 혈종 제거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재발을 막을 방법은 없나?

“뇌졸중 발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나이(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치료로 뇌졸중 재발 위험을 최대한 낮출 순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발병 위험 요인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약물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뇌졸중 발병 원인의 약 80% 정도는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이를 잘 관리하면 상당 부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치료 후의 후유증(합병증)이 있다면?

“뇌졸중은 치료 이후에도 운동·감각·언어·삼킴 장애 및 인지기능 저하, 폐렴 같은 감염질환, 우울증, 무력감 등을 겪을 수 있다.”

혈관성치매와의 연관성은?

“뇌 손상의 위치, 크기 등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이 재발하면 인지기능 저하가 더욱 심해질 수 있으며, 치매(알츠하이머병)가 동반될 수도 있다.”

뇌졸중을 예방할 생활 수칙이 있다면?

“소금과 고콜레스테롤 음식 섭취를 줄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게 도움이 된다. 혈당 조절과 적절한 운동, 금연, 절주(금주), 체중 관리도 유용한 예방법이다. 뇌졸중을 막을 최선의 방책은 예방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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