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5.01.13. 뉴시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증가세가 꺾였다. 취임 전부터 ‘관세 폭탄’을 예고해온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수출 환경이 더 악화하면 이미 1%대 저성장이 예고된 한국 경제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16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억1000만 달러(5.1%) 감소했다. 반도체(19.2%) 수출은 늘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는 수출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국발 ‘저가 제품 밀어내기’ 공세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석유제품 수출액이 1년 새 29.9% 급감했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승용차 수출은 이 기간 7.3% 줄었고, 자동차부품 수출 역시 10.1%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9.6%), 중국(―4.9%) 등 주요국 수출이 줄었고 베트남, 대만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이 기간 수입액은 354억 달러로 수출액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38억 달러 적자였다.
이달 말에는 설 연휴까지 앞두고 있어 1월 월간 수출액 또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는데, 이달 20일까지 이어진 수출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202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수출 증가세가 꺾이게 된다. 다만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수출이 감소한 것은 조업 일수가 하루 부족한 영향이다. 조업 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1.4%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수출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20일(현지 시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와 글로벌 추가 관세 조치를 지시하는 등 ‘마가노믹스(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경제학)’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며 문제 삼아 온 터라 대미 수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의 1, 2위 수출국이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정부가 언제 얼마나 관세를 올릴지는 불분명하지만 통상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올해 수출 증가율이 작년보다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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