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양대 기둥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시장 최대 경쟁자 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15%로 자동차 관세를 하향 조정했는데 우리 자동차만 여전히 25% 고관세를 적용받을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를 2주 안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반도체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약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관세율을 15%로 책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럽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대부분의 EU산 제품에도 15%의 관세율이 부과된다. 그 대신 EU는 7500억 달러(약 1038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고, 군사 장비도 구입하기로 했다. 또 EU는 기존 투자 외에 6000억 달러를 추가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일본과 유럽이 모두 관세율 인하에 합의하면서 한국 완성차 업체는 수세에 몰렸다. 관세 협상에서 우리도 15% 수준으로 관세를 낮추지 못할 경우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 경쟁 업체에 완전히 밀려버릴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간) EU와의 무역협상 타결 후 트럼프 행정부가 2주 안에 반도체 수입 관련 국가 안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부터 25% 이상의 반도체 품목관세를 예고해 왔다.
대통령실은 28일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협의와 관련해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미국 측 압박이 매우 거센 것은 사실”이라며 “가능한 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양보의 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가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아직 관세 합의를 못 이룬 나라들에 대한 관세율을 묻는 질문에 “15∼20% 정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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