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판 플라자 합의, 弱달러로 적자 해결 ‘마러라고 합의’ 노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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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통상전쟁]
‘관세전쟁’ 국채금리 상승에 주춤
美재무 “우리가 쓸 큰 도구 있다”… 환율전쟁 무기로 내세울 가능성
日, 엔高 양자협상 카드로 검토… 전문가 “美적자 떠넘기기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결국 그 종착지가 인위적인 ‘환율 조정’, 일명 ‘마러라고 합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 등 시장의 역풍이 만만치 않자 상호관세를 유예한 미국이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 카드로 ‘환율’을 들이밀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제2의 플라자 합의, ‘마러라고 합의’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지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강행 여파로 인해 미 국채 금리는 역사적인 상승(국채 가격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흔들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도입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향후 채권시장 혼란이 심화할 경우 취할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큰 도구(big tool kit)’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교역국과의 환율 협상,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답을 피했지만 시장에선 ‘미 국채 가격 변동’이라는 약점을 노출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서 관세 폭탄 대신 환율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나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위해 마러라고 합의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러라고 합의는 스티븐 미런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11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 무역 시스템 재편을 위한 가이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미국이 관세와 안보를 무기 삼아 달러화 약세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미런 위원장은 100년물 미국 국채를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동맹국에 강매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로써 국채 금리 안정과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백악관이 지금 당장은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향후 환율 협정 체결을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은 단순한 관세 인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일본은 16일(현지 시간) 미국과의 양자 협의에서 엔화 가치를 높이는 등의 협상 카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관세와 환율을 분리한다는 방침”이라며 “각각 별도의 담당 각료가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러라고 합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동맹국에 떠넘기는 발상으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설사 달러화 가치 하락과 주요국 화폐 가치 상승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 등 글로벌 증시 악재가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화 가치 하락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탈을 유발하고, 결국 미 국채 금리도 폭등할 것”이라며 “달러화 약세와 국채 금리 하락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발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식(式) 협상 강행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저리의 미국 국채를 매수할 경우 실질적인 외환 보유액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화 자산 운용 등에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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