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재처리 공론화]
한미 협정에 재처리시설 보유 제한
50년간 쌓아둬, 5년뒤 포화상태
“재처리만 가능해도 시점 늦출것”
국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재고량이 2만 t에 육박하며 사실상 포화 상태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저장시설 추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고준위 방폐장)’ 건립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고량은 지난해 말 기준 1만9536t에 달한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0년(1336t)과 비교하면 재고량은 15배로 불어났다. 국내 사용후핵연료 재고량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2020년 기준 우리보다 사용후핵연료 재고량이 많은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일본뿐이다.
1956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미국의 동의 없이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사용후핵연료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상업 운전이 시작된 이후 50년 가까이 재사용되지 않고 쌓여만 왔다.
현재 원전 부지 내 폐연료봉 보관 수조 등 임시 저장 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데 이마저도 곧 한계에 부딪힌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저장시설이 가득 찬다.
정부는 2060년 준공을 목표로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 시설인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 설치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 마련 △유치 지역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격렬하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가 시작된 후부터 준공까지 3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 부지 선정 절차가 차질 없이 시작되더라도 고준위 방폐장 준공 시기가 2063년으로 밀린다는 의미다. 현재 원전 부지에 저장시설을 추가로 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수십 년이 더 필요하고, 저장시설 추가 건립도 임시방편에 불과한 만큼 정부의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의 거의 대부분은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처도 원전용 연료부터 산업·군사·연구·의료용 등으로 무궁무진하다”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만 가능해진다면 저장시설 포화 시점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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