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오픈AI 동맹에 급상승
장중 ‘9만 전자-40만 닉스’ 터치
美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영향
李 “추세 안바뀔 것, 정상회복의 힘”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주식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사상 처음으로 3,500 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0% 오른 3,549.21로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덕분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코스피가 추석 연휴를 앞둔 2일 사상 처음으로 3,500 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SK·오픈AI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삼각동맹에 외국인투자가들이 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장중 ‘9만 전자’와 ‘40만 닉스’를 터치했다. 금산분리 완화 시그널로 주요 지주사도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2.02% 오른 3,525.48로 출발해 2.70% 오른 3,549.21에 장을 마감했다. 종전 역대 최고점은 종가 기준 지난달 23일 3,486.19,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달 24일 3,497.95였는데 이를 모두 뛰어넘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49% 오른 8만9000원, SK하이닉스는 9.86% 오른 3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세는 외국인이 주도했다. 하루 동안 외국인은 3조1259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조684억 원, 674억 원을 순매도했다. 당초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위험을 대비해 거래대금이 줄어들며 관망세가 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날 오픈AI와의 협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이 관망 심리를 압도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발언에 힘입어 SK그룹의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15.8% 급등하는 등 지주사들도 강세를 보였다. 지주사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에 기대를 건 것이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 경기 둔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것이란 기대에 뉴욕증시가 4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인 점도 코스피에 영향을 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휴 기간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보수적인 투자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시장이 상당히 이례적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였다”며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오늘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500 선을 돌파했다고 한다”며 “이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으로 많이 회복되고 있다”며 “(코스피 상승은) 그런 힘(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AI칩 삼각동맹’에 외국인 매수 행렬… 장중 ‘9만전자-40만닉스’
‘AI 훈풍’ 코스피 3500 첫 돌파 외국인 7월 이후 16조원 순매수… 李 “금산분리 완화 검토”도 영향 美 셧다운에 금리 인하 기대감 커져… “닷컴버블 유사, 낙관 과도”지적도
코스피를 사상 처음 3,500 선으로 올려놓은 건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였다. 오픈AI가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를 싹쓸이할 뜻을 표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들은 7월 이후 1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를 사들였다. 향후 글로벌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눈높이에 따라 지수가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반도체 삼각동맹에 날아오른 코스피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조9052억 원, 2조7278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22조6083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9조5070억 원)와 SK하이닉스(1조5105억 원), 삼성전자우(7827억 원) 등을 순매수하며 반도체주를 집중 매집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픈AI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전날 오픈AI와 삼성·SK그룹이 각각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LOI(의향서)를 체결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장중 9만300원까지 올라 4년 9개월 만에 ‘9만전자’ 자리를 탈환했다. SK하이닉스도 사상 처음 40만 원 선을 넘어 한때 40만4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경기침체가 아니라면 주가는 빠지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가 현재 주식시장의 주류”라며 “앞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가 지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 대해 금산분리를 일부 완화해 줄 방침을 내비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산분리 완화 정책의 수혜주로 꼽히는 지주사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주사인 SK가 6.62%,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가 15.8% 올랐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서로의 지분을 일정 기준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분리한 규제를 뜻한다. 만약 대기업 지주사의 벤처투자계열사(CVC)가 금융권 투자를 받아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게 되면 지주사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美 셧다운
연휴 기간 동안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힘든 탓에 일반적으로 연휴 시작 전에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불확실성을 상쇄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부진한 고용지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1일(현지 시간) 9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3만2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감소 폭은 2023년 3월(5만3000명 감소)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김동훈 NH투자증권 투자정보부 연구원은 “긴 연휴 동안 나올 불확실성 변수가 크게 없을 거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미국의 민간고용이 부진하게 발표된 점은 경제에는 부정적이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4분기(10∼12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투자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분기 초 자금 집행이 집중되며 코스피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며 “최장기간 연휴로 불확실성이 부각됐던 2017년 10월 2∼9일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면서 외국인이 1조6000억 원 순매수했는데 올해도 유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 “과거 닷컴버블과 유사… 불확실성 여전”
다만 이 같은 코스피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 단언하기 쉽지 않다. 미국 관세정책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닷컴버블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재 주식시장이 언제 붕괴할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될 수 있는데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 확대와 AI 등 고평가 종목의 재평가 압력이 동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반도체 부문이 좋아 보이나 반응이 다소 과하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조선업과 방산, 미용, 증권업 등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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