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주택 공급… 인허가 단축법-LH땅 용도 전환법 등 국회 묶여

  • 동아일보

이달말 후속 공급대책 발표 앞두고
9·7대책 법안들 상임위 통과 지연
용적률 규제 완화 놓고도 여야 갈등
“법안 처리 속도 내 시장 안정시켜야”

지난해 9·7 주택 공급대책 관련법 10건 중 8건 이상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1월 말 후속 공급대책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관련법 제정·개정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과 관련된 법안은 민생 법안인데도 국회와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기초 작업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여야 이견 적은 법안도 줄줄이 지연

22일 국회에 따르면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국회 일정 전면 불참을 선언하며 취소됐다. 27일 법안소위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공공재건축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도시정비법’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주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논의 자체가 미뤄진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여야가 갈등을 겪으면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법안까지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연되는 법안들은 주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법안들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시기를 앞당기고 사업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매각 토지를 용도 전환해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노후 임대주택 통합심사 대상을 확대해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주택 공급 절차 단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입장 차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공급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예 발의 자체가 늦어지는 법안도 여러 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LH 관련 법안이다. LH가 공공택지를 매각하는 대신에 직접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LH 개혁위원회의 논의가 길어지고 개혁안이 나오지 않아 발의가 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LH 개혁안 마련을 당초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1∼6월) 중으로 미룬 상태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학교용지를 복합 개발하기 위한 학교용지 복합개발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학교용지 개발을 위해서는 교육청 등 관계 기관 협조가 필요한데, 논의에 시간이 걸리며 발의가 되지 않은 상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가 논의에 걸리는 시간은 고려하지 않고 공급에 대한 의지만을 서둘러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공공 주도로 주택 공급” vs “민간 규제 완화 먼저”

국토부 장관에게 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주기 위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 작업이 여야 논의를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국토부 장관의 토허제 지정이 지자체장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이 다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법안보다 먼저 발의돼 다른 법안 논의까지 줄줄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놓고도 여야 간에 의견 차가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공공 주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데, 국민의힘은 민간 규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도시정비법 외에도, 올해 12월 31일로 일몰을 맞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상시 사업으로 전환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역시 논의에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관련법마저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대책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법안 지연#인허가 절차#도시정비법#부동산거래신고법#국토교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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