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서명…철강·알루미늄 이어 금속 관세부과 이어질 듯
백악관 “수요 증가로 미국 내 구리 부족 전망…무역보호 필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구리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구리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직후인 2017년에 이 232조에 근거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조사를 명령하면서 그 이전 16년간 활용하지 않았던 232조를 부활시켰고, 이어 이를 활용한 다수의 조사를 벌여 관세 부과에 나섰다.
트럼프는 이번에 서명한 ‘구리 수입으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 대처’ 행정명령에서 구리가 미국의 국가 안보, 경제력 산업 회복력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지만 공급망에서 상당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리는 방위 산업, 인프라, 청정에너지, 전기차, 첨단 전자제품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구리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제련 및 정제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백악관은 이날 별도 설명자료에서 “미국의 구리 수입 의존도는 1991년 거의 0%에서 2024년에는 소비량의 45%로 급증해 공급망 보안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라 상무부 장관은 △미국 국방·에너지인프라 부문의 구리 수요 △미국 내 생산·제련·정제·재활용의 수요 충족정도 △소수의 공급업체에 집중되는 수입의 위험성 △외국정부의 보조금과 과잉생산 등 약탈적 무역관행이 미국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미국 내 채굴, 제련 및 정제 능력을 늘릴 수 있는지 여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관세 또는 쿼터 등의 조치 필요 여부 등을 앞으로 270일 이내에 조사해 보고해야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제한보다는 관세를 선호한다면서 관세율은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부가 태양 에너지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글로벌 전기화 추세에 따라 구리를 중기적으로 핵심 소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무기 플랫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소재라고 언급했다.
또 현재 전기차와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미국에서 구리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며, 이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무역보호 조치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미국은 적절한 구리 제련 및 정제 능력을 개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세관국 자료를 인용, 미국 구리 관세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칠레, 캐나다, 멕시코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2024년 정제 구리, 구리 합금, 구리 제품의 최대 공급국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훌륭한 구리 산업도 국내 생산을 공격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리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관세 부과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