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카드도 없지않나” 밴스 “무례하다”… 젤렌스키 난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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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쫓겨난 젤렌스키]
생중계 회담서 두들겨 맞은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은 거래하고 싶어해”… 우크라에 종전협상 참여 압박
밴스 “트럼프에 감사하라” 몰아붙여
젤렌스키 “카드놀이 하는게 아니다”… 英가디언 “외교의 체르노빌 사태”

기자와 ‘옷차림’ 설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국 외교장관(앉은 줄 왼쪽부터)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측과 친(親)트럼프 성향의 언론인 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장을 입지 않은 것이 결례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 출처 ‘X’
기자와 ‘옷차림’ 설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국 외교장관(앉은 줄 왼쪽부터)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측과 친(親)트럼프 성향의 언론인 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장을 입지 않은 것이 결례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 출처 ‘X’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신은 지난해 (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야당(민주당)을 위한 선거 운동을 했다.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J D 밴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의 비공개 회담,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이 모두 취소됐다. 당초 체결할 예정이었던 양국의 광물 협정 역시 무산됐다.

우크라 대사 고개 절레절레 이날 회담이 파국을 맞자 동석했던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 대사(오른쪽)가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출처 ‘X’
우크라 대사 고개 절레절레 이날 회담이 파국을 맞자 동석했던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 대사(오른쪽)가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출처 ‘X’

● 트럼프 “푸틴은 날 존중, 종전하라” 압박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은 마지막 10분간 파국을 맞았다. 시작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며 따지듯이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밴스 부통령은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수 있는 외교를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이런 식으로 따지는 것은 무례하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젤렌스키)은 이기고 있지 않다. 미국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혼자였고, 미 국민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협상에서)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걸고,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지만 나는 존중한다”며 “푸틴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 지난해 해리스 먼저 만난 젤렌스키에게 불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태도 뒤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후인 9월 27일에야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 전 대통령,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고문으로 일했던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도 충돌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군복과 비슷한 카키색 의상을 주로 입고 있다. 이날은 검정 티셔츠에 같은 색 바지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에게 “그가 제대로 차려입었다”며 비꼬았다.

회담 중 강경보수 성향 케이블 채널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물었다. 그는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애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장이)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입겠다”고 받아쳤다.

이날 회담을 놓고 영국 가디언은 “외교적 체르노빌 사태”라고 진단했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같은 ‘외교 재앙’이었다는 뜻.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 초안을 거부한 게 첫 번째 스트라이크, 정장을 입지 않은 게 두 번째 스트라이크, 회담에서의 공개 설전이 세 번째 스트라이크였다고 평가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삼진 아웃’ 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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