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젤렌스키, 밥도 못먹고 쫓겨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 통상 이어 안보도 ‘힘의 논리’
우크라에 ‘러와 종전협상’ 거친 압박… 반박한 젤렌스키에 “무례하다” 면박
광물협정 무산… 회견-오찬도 취소
유럽 등 美우방국들 ‘충격과 공포’

‘파국’으로 끝난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지만 종전과 안보 보장 등을 둘러싼 이견을 노골적으로 노출하면서 예정됐던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체결이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견을 표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해 통상뿐만 아니라 안보에서도 철저히 ‘힘의 논리’를 앞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게티이미지
‘파국’으로 끝난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지만 종전과 안보 보장 등을 둘러싼 이견을 노골적으로 노출하면서 예정됐던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체결이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견을 표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해 통상뿐만 아니라 안보에서도 철저히 ‘힘의 논리’를 앞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양국 간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에 나섰지만 거친 설전 끝에 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났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젤렌스키가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내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회담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됐던 오찬도 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이 러시아와 주도하는 전쟁 협상에 속히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회담에 동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전 부통령을 먼저 만난 사실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이 향후 대서양 바다를 건너 미국에도 미칠 가능성을 거론하자 “우리가 뭘 느낄지 지시하지 마라. 당신은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이번 전쟁으로 국토를 유린당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카메라 앞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 정상을 찍어 누르자 우방국을 포함해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전쟁’을 시작한 그가 안보에서도 철저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충돌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충격과 공포’라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규합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보다 ‘힘’과 ‘돈’을 중시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책 기조)이 이처럼 여과 없이 공개된 건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현지 시간 2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일 오후 11시)부터 영국 런던에서 이번 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안보 자강’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내 미국 동맹 및 우방들도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 동맹 전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제 질서 역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힘의 논리#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광물 협정 체결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