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77조원 자체 가자재건 계획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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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휴양지 개발 구상에 대응
5년간 주택 40만채-공항 등 추진

아랍권 22개국의 모임인 아랍연맹(AL)이 15개월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재건하기 위한 자체 계획을 내놨다.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독립위원회를 설치하고 향후 5년간 약 530억 달러(약 77조 원)를 들인다는 안이다. 아랍권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구상에 자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 시간)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이집트가 제안한 이 같은 내용의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날 채택된 계획안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가자지구를 통치할 독립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5년 동안 가자지구 재건에 들어간다. 첫 6개월 동안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임시 주택을 세우기로 했다. 이후 2년 동안 주택 20만 채를 건설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2년 반 동안엔 추가로 주택 20만 채와 함께 공항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세계은행(WB) 감독을 받는 신탁기금을 조성해 530억 달러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핵심은 아랍연맹이 설립하는 독립위원회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무장단체 하마스를 대신한다는 점이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독립위원회가 가자지구의 재건을 당분간 담당하고, 이 작업이 완료되면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긴다. 하마스에 비해 온건 성향인 PA는 또 다른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현재 관할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이날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번 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전쟁 끝에 궤멸 위기에 몰린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아랍연맹 제안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번 아랍권 자체안을 두고 알자지라방송은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봉쇄하는 가운데 미국 측이 수용할지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이날 정상회의 때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이 불참하고 양국 외교장관을 대신 보낸 것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랍연맹에서 논의된 재건 계획이 실행되려면 ‘오일머니’로 재정 능력을 갖춘 사우디와 UAE 같은 아랍권 산유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아랍연맹#가자재건#가자#중동#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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