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7일 ‘가자 전쟁’ 관련 반전(反戰)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에 대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 상당의 보조금 및 정부계약을 철회했다. 반(反) 유대주의를 경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에도 각종 지원을 통한 압박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미 교육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총무청은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컬럼비아대가 유대인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보조금 철회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반유대주의로부터 유대계 학내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한 대학에 연방예산을 삭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다.
연방정부는 컬럼비아대에 지급한 보조금 50억 달러 중 일단 4억 달러를 삭감했고, 추가 삭감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했다. 이에 대해 컬럼비아대는 8일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며 자세를 낮췄다.
지난해 4월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가자 전쟁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컬럼비아대는 시위의 진원지로 꼽혀왔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는 뉴욕에 자리잡고 있고,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컬럼비아대를 본보기로 삼아 향후 다른 대학에도 예산 삭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불법 시위를 허용하는 교육기관에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편, 3일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한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교육부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조만간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기관인 교육부를 폐지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공화당에서도 반발이 심해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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