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획’ 이스라엘, 가자지구 36만명분 물 공급 끊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0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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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운영하는 학교를 피난처로 삼은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이 플라스틱 물통에 물을 받고 있다. 2025.03.10. 가자시티=AP/뉴시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담수화 시설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는 11일(현지 시간) 카타르를 찾아 중재에 나선다.

9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금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을 즉시 중단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질의 귀환을 보장하고 (전쟁) 다음 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있지 않도록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하루 1800만 L를 생산하던 가자 중부의 담수화 시설에 전기 공급이 끊긴다. 이에 따라 약 36만 명분의 수돗물 공급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유엔은 기본적인 위생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인당 하루 최소 50L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력 공급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이다. 가자지구는 이미 2023년 10월 전쟁 시작 직후부터 사실상 전기가 끊겨 디젤 발전기, 태양광 발전기 등에서 나오는 극소량의 전기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현지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이번 전기 공급 중단 조치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힌 이른바 ‘지옥 계획’의 일부다. 오메르 도스트리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4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가 계속 거부한다면 수도와 전기 차단, 교전 재개 등 준비해 둔 레버리지(지렛대)를 차례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2일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 반입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및 유해 송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맞바꾸는 휴전안을 협상 중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전쟁 재개를 통한 하마스 무력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1일 1차 휴전 협상 기한이 종료됐다.

한편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장관이 최근 이집트 정부 측에 가자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주를 원하는 가자 주민의 행정 절차를 지원하기 위한 이민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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