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공중 투하하던 요르단 공군 C-130 수송기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난민 천막촌이 설치돼 있다. 2025.08.08.[가자시티=AP/뉴시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가운데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점령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가자시티는 인구 80만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다는 방침이라 팔레스타인 측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8일(현지 시간) 새벽 안보내각이 전날부터 10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점령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할 의향”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스라엘군(IDF)과 내각 내 반대 목소리를 고려해 작전 범위를 가자시티로 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인된 계획에 따르면, 가자시티에 거주중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10월 7일까지 가자시티에서 남쪽 지역으로 대피해야 한다. 10월 7일이라는 날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약 1200명 피해자를 발생한 날로부터 2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IDF는 주민 대피 완료 후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 공세를 개시하고 포위 작전을 통해 하마스 소탕 작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안보내각 결정은 전체 내각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데, 전체 내각 회의는 10일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가자시티는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로 현재 약 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올해 3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재개되자 가자지구 내부로 진격해 가자 영토 75%를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자시티는 이스라엘이 장악하지 못한 25% 지역 중 핵심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지역에 하마스가 2023년 10월 공격으로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들이 몰려 있을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작전을 지양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체 점령을 안건으로 올렸음에도 작전 범위가 도시로 축소된 건 군 수뇌부 반발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에얄 자미르 IDF 참모총장은 7월 오후 6시 시작한 안보내각 회의에서 “가자지구 점령 계획을 추진하면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우리 군대는 지쳐있고 군사 장비들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작전 확대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또 자미르 총장은 또한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하는 데는 1~2년이 걸릴 것이고, 초기 집중 교전 단계만으로도 5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전쟁 종료를 위한 5대 원칙으로 ▲하마스 무장 해제 ▲하마스에 억류된 유해 및 생존자 총 50명(생존자 20명 포함) 귀환 ▲가자지구 비무장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안 통제 지속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아닌 대안적 민간 정부 수립 등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해당 조건을 수용하면, 가자시티 점령 계획도 중단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종전 보다는 이스라엘의 작전 확대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성향 연립 파트너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가운데 극우파는 가자지구 전체를 영구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추방한 뒤 정착촌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보안장관은 7일 안보 내각회의에서 “작전 완료까지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하마스와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완전 점령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가자지구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전쟁 완료 후 아랍 세력에 통치권을 넘기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아랍권에선 가자지구 인도주의 지원과 통치를 위한 별개 협의체 구성에 동의하면서도, PA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치 주체로 PA를 배제한다고 밝히면서 아랍권과도 이견을 보일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인질 가족들과 지지자들은 8일 밤 텔아비브에서 시위를 벌이며 가자시티 장악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시위대는 “최근 5개월간 군사적 압박이 인질 석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라며 “하마스가 더 이상 전략적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 종료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