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명 수돗물 차질… 폭격도 재개
하마스 인질 석방 압박 수위 높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의 담수화 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 중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고, 휴전안에 따른 철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남은 인질들을 최대한 빨리 인수하기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란 분석이 제기된다.
9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금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을 즉시 중단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질의 귀환을 보장하고 (전쟁) 다음 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있지 않도록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하루 약 1800만 L를 생산하던 가자지구 중부의 담수화 시설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약 36만 명분의 수돗물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4일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담수화 시설에 대한 단전 조치를 내렸다. 이스라엘 당국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직후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으나, 담수화 시설에 대해선 재개했다. 이후 가자 주민들은 디젤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에 의존해 최소한의 전기를 얻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담수화 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 중단 조치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힌 이른바 ‘지옥계획’의 일부다. 오메르 도스트리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4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가 계속 거부한다면 수도 및 전기 차단, 교전 재개 등 준비해 둔 레버리지(지렛대)를 차례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2일부터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반입을 막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및 유해 송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맞바꾸는 휴전안을 협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강경파를 중심으로 전쟁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1차 휴전 협상 기한이 1일 종료됐다.
한편,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장관이 최근 이집트 정부에 가자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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