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우크라서 철수前 제재완화 안돼” 美에 대립각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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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흑해휴전 위해 러 제재완화 시사
재무장관 러 금융결제망 복귀 거론
젤렌스키 “美, 일방적 러 두둔” 반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휴전’을 중재하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완화시키는 것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를 국제금융 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복귀시키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 반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과 함께 대(對)러시아 제재를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완전 철수가 제재 완화의 전제 조건”이라며 대립각을 세워 갈등이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러시아를 국제 경제 체제에 복귀시키는 적절한 방법에 대한 길고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였다. 다만 그는 “거래를 하기 전에 거래 조건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휴전 실행 후 제재 완화에 나설 뜻도 밝혔다.

SWIFT는 세계 각국 금융사가 거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체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를 SWIFT에서 제외하는 일을 주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휴전 합의’를 중재하며 러시아에 대한 농업·비료 수출 제재 완화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주재 미국대사 후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베선트 장관까지 제재 완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한 것이다.

반면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2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러시아가)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당장은 제재 완화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뜻을 미국과 러시아에 분명히 한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악수하며 웃고 있다. 파리=신화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악수하며 웃고 있다. 파리=신화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반발했다. 같은 날 그는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휴전 성사를 위해 일방적으로 러시아만 두둔하고 있다는 불만을 비쳤다.

전쟁 장기화, 서방의 계속된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하원(국가두마)에서 “2024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처음으로 200조 루블(약 3500조 원)을 넘겼다. 2020년 이후 거의 배가 됐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흑해 휴전#유럽연합(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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