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5일 공개한 영상에서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라파에서 적신월사 소속 구급차가 경광등을 켜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 이 구급차는 얼마 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고 총 15명이 사망했다. 영상은 이날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구급대원의 스마트폰에서 발견됐다. 라파=AP 뉴시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측 구호차량과 구조대원임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을 공격해 살해한 정황이 나왔다. 당초 이스라엘군 측은 전조등이나 비상 신호를 켜지 않고 수상하게 다가오는 차량에 발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는데, 영상에선 무차별 공격한 증거가 나온 것이다.
4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숨진 적신월사 구호대원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7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구조차량은 전조등과 비상등을 켜고 있었고, 적신월사 로고도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구조차량을 향해 계속 총격을 가했다.
또 해당 영상에 따르면 차에서 내린 구조대원들 역시 구호 활동에 필요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저기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고 외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겨 있다. 한 구호 대원은 쓰러져서 죽어가는 와중에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사람들을 돕고자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가자지구에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직원 1명,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직원 8명, 민방위대원 6명 등 총 15명을 살해한 뒤 집단 매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영상은 당시 상황을 담은 내용으로 피살된 구조대원 소지품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스라엘군 측은 해당 영상이 공개되기 전엔 총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수상하게 다가와서 총격을 가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또한 이들 구조대원 15명 중 9명이 하마스 대원이며, 총격이 일어난 지점은 분쟁지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영상에선, 군이 구급차량과 구급대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적신월사,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사망자 전원이 인도주의적 활동가들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이스라엘군 측은 브리핑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면서, 피살된 이들 중 6명이 하마스 대원이었다고 정정했다. 다만 이스라엘군 측은 하마스 대원으로 식별하게 된 경위와 구호대원 식별 표지에도 총격을 가한 이유에 대해선 별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4일 현재 이스라엘군 측은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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