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하자 미국을 떠나려는 인재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잡기 위해 각국이 앞다퉈 유인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과학을 위해 유럽을 선택하세요’ 콘퍼런스에서 2027년까지 과학기술 인력 유치 관련 예산으로 5억 유로(약 8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연구자 유치에 1억1300만 달러(약 1580억 원)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도 미국 과학기술 인력 유치를 콕 짚어 거론했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저평가된 과학자 유치를 위해 4500만 유로의 추가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도 “미국에서 학술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며 세계 연구자들에게 예산 96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유명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8일 “지금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만한 인재 유치 기회”라며 호주 정부도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풍부한 연구 지원금을 바탕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최상위급 연구자들을 흡수해 왔다. 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35세 연구원 평균 월급은 월 3600유로(약 560만 원)지만, 미국의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 월 급여는 6000유로(약 930만 원)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미국의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은 1조 달러(약 1404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과학 연구기관과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 수십억 달러씩 깎여나갔고, 연구 대상 분야도 제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대 과학기관인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의 내년 예산은 각각 37%, 50% 이상 삭감됐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전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3월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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