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에 AI칩 공급 ‘선심’…“미래 먹거리 내준다”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6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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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물자로 中수출 막은 엔비디아 칩
사우디-UAE와는 대규모 공급 계약
美내부 “이들 국가 中-러와도 밀접
기술유출-첨단산업 외주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량 수입하게 된 데 대해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권 경쟁국 중국으로 첨단 AI 칩이나 기술이 흘러갈 수 있어서다. 또한 자국 내 핵심 먹거리가 될 AI 산업을 해외에 쉽게 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백악관 측은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UAE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연간 최대 50만 개 수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13일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AMD와 엔비디아가 각각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계약을 체결했고, AI 스타트업 ‘휴메인’과의 협력도 구체화됐다.

이러한 ‘빅딜’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전략적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가장 민감한 AI 반도체 기술이 모호한 외국 투자와 맞바뀌었다”라며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사우디나 UAE가 이 칩들을 어떻게 통제할지, 중국 정부나 제조업체가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미국산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우회 유입될 가능성을 염려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제외한 각국별 수출 물량 한도를 두기로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7일 해당 정책을 파기했다.

UAE는 친미 국가로 분류되지만,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밀착 또한 가속해오고 있다. 2018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UAE를 국빈 방문하며 양국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켰고, 양국은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에서 공군 합동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 “UAE도 미국 내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수입한 엔비디아 칩의 위치를 미국에 계속 알리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중국산 반도체 수입에도 제한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UAE는 미국의 또다른 패권 경쟁국인 러시아와도 가깝다.

경제 자산을 해외에 넘긴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력을 통해 중동에 AI 기반 인프라를 ‘외주화’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미국이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에서 경험했던 ‘주도권 상실’의 전철을 밟는 것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협상의 주요 책임자로 AI 차르 데이비드 색스와 AI 수석 정책 고문 스리람 크리슈난이 내부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협상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는 NYT에 “UAE와 맺은 AI 합의는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2029년에 완성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훈련 시설이 미국이 아닌 UAE에 지어지는 선택을 내린 셈”이라고 밝혔다. 랜드연구소의 기술 전문가 지미 굿리치는 “이번 결정이 중동, 나아가 중국을 미국의 AI 경쟁자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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