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현충일에 관례 깨고 비하 발언
기념사속 ‘즐겨라’ 등 표현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자신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들을 ‘쓰레기(scum)’, ‘괴물(monsters)’로 비하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그의 거듭된 판사 ‘좌표 찍기’로 여러 판사들이 신변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법부 인사에게 노골적으로 위협을 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메모리얼 데이에 안 어울리는 표현과 메시지란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순국 장병을 추모하는 기념일에 ‘행복한(happy) 메모리얼 데이’라고 인사하며 자신의 기념사를 ‘즐기라(enjoy)’고 적은 것 또한 현충일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과 보훈단체들은 이날 ‘행복한’ 대신 ‘의미 있는(meaningful)’이란 표현을 쓴다. AP통신은 전사자들을 기리는 날에 ‘행복’을 기원하는 건 금기시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지난 4년간 왜곡된 급진 좌파 정신을 통해 미국을 파괴하려고 했던 쓰레기들을 포함해 모두에게 행복한 메모리얼 데이를 기원한다”고 썼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관용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미국에 온갖 범죄자들이 들어왔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한 후 “미국을 증오하는 판사들, 매우 위험한 병든 이념에 시달리는 판사들이 이 범죄자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의 선량하고 자애로운 판사들이 우리 나라를 지옥으로 몰아넣으려는 괴물들의 결정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기를 바란다”며 “두려워하지 말라. 미국은 (나의 재집권 후) 4개월간 다시 안전하고 위대한 나라가 됐다. 해피 메모리얼 데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묘소를 참배하고 기념 연설을 가졌다. 그는 이곳에서도 추모 메시지보다는 “우린 매우 잘하고 있다”고 자찬하는 데 집중했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메모리얼 데이에 정치적 발언을 피해 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년에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엄청나게 큰 축하 행사를 열 것”이라며 “월드컵도 있고 올림픽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250주년 독립기념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79번째 생일이며 동시에 육군 창설 250주년이기도 한 다음 달 14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열 계획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