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주둔 미군 감축’ 전망 나오자… 나토 “방위비 5%로” 美 달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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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러 언론 “최대 1만명 감축 검토”
유럽주둔 미군 8만4000명… 獨 최다
獨총리 “감축 사실무근” 진화 나서
나토, 트럼프 ‘GDP의 5%’ 요구 수용… 내달 정상회의서 인상 합의할 듯

2022년 2월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에서 유럽 배치를 위해 수송기에 탑승할 준비를 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 포트브래그=AP 뉴시스
2022년 2월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에서 유럽 배치를 위해 수송기에 탑승할 준비를 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 포트브래그=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8만4000명인 유럽 주둔 미군 일부를 감축하려 한다고 러시아 관영매체 RT와 독일 유력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이 26일 보도했다. 한미 양국의 부인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 2만8000명인 주한미군 중 4500명을 빼내 괌 등 인도태평양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최근 나온 터라, 일각에선 조만간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가 본격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해외 주둔 중인 미군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재배치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 역시 거론돼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유럽 주요국의 낮은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제기하며 “유럽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이며 3만9000명의 미군이 있는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다음 달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 전체가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밝혔다. 5%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줄곧 요구해 왔던 수치다. 나토 차원에서 미국을 달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잇따르는 유럽 주둔 미군 감축 전망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유럽의 고위 외교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만간 유럽 주둔 미군을 감축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16일 매슈 휘터커 주나토 미국 대사도 “유럽 주둔 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가 나토 정상회의 이후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 주둔 미군 감축에 대한 미국의 바람이 30년이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제 충분하다’고 말했다”며 “이 일(감축)은 질서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럽에는 8만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독일(3만9000명), 폴란드(1만4000명), 이탈리아(1만 명), 루마니아(2000명) 등 중부와 동부 유럽에 집중돼 있다.

앞서 지난달 미국 NBC방송도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을 최대 1만 명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철수의 목표가 중국 등의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 나토 사무총장 “방위비 5%로 늘릴 것”

유럽 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러시아 등과 맞서야 하는 유럽에 큰 안보 위협을 가하는 요인이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IISS 보고서를 인용해 유럽이 미군의 공백을 대체하는 데에는 최소 25년이 걸릴 수 있으며, 관련 비용 또한 1조 달러(약 137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유럽 주요국 관계자는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뤼터 총장은 26일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열린 나토 의회 총회에서 “다음 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목표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가 5%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은 2032년까지 GDP 대비 5% 중 3.5%는 순수 방위비로 지출하고, 나머지 1.5%는 사이버 안보, 군사 인프라 등에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은 GDP 대비 1∼2%대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5%까지 높이라고 거듭 압박하고 있다.

미군의 유럽사령부가 위치한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26일 “미국이 유럽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독일도 안보 역량 확대에 적극적이다. 22일 독일 육군은 기갑여단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에 영구 주둔하기로 했다. 독일 전투부대가 타국 기지에 영구 주둔하는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의 위협을 제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트럼프 행정부#방위비#나토 정상회의#군사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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