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등 대상 F, M, J비자 면접 중단
“입학 허가 받았는데 당황스럽다”
SNS심사엔 “표현 자유 침해” 비판
“트럼프 하버드 다음 목표 UC 대학”… 텍사스주 교실엔 ‘십계명’ 의무화
주한 美대사관 앞 북적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비자 심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외교 공관에 유학 비자 발급과 관련해 이미 예약된 인터뷰 외의 신규 인터뷰를 일시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올가을 미국 대학 진학을 앞둔 한국 유학생의 비자 발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높다. 뉴시스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고 역량을 인정받아 입학 허가를 받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 비자 인터뷰를 못 본다니 당황스럽다.”
해외 유학생이 많은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28일 올라온 글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등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 인터뷰를 당분간 중단할 것이며 비자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검증을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온 뒤 올 9월 신학기 입학을 앞둔 미국 유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아직 비자 인터뷰를 신청하지 못했다’며 다급하게 문의하는 학생이 많은데 대처 방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해외 인재를 유치해 인력을 확충해 온 미국 전역의 수많은 교육 기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학 지원자들의 SNS 계정 검증이 ‘사상 검증’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도 거세다.
● SNS 게시물까지 비자 심사에 반영 검토
미국의 비자 신청 서식 ‘DS-160’.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을 밝히라는 내용이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미국 주요 언론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전 세계 외교공관에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F, M, J 비자 면접 인원을 추가하면 안 된다”고 보낸 전문(電文)이 사실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국토안보부도 비자 및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비(非)시민권자의 SNS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방침이 유학생 등의 비자로도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미 미 국무부의 비자 신청 서식 ‘DS-160’에는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SNS 계정을 적어 내라는 항목이 존재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링크트인은 물론이고 중국계 웨이보와 큐존(QQ), 러시아계 프콘탁테(VK) 등의 계정 또한 공개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는 실제 이런 계정에 어떤 게시물을 올렸느냐도 공식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 ‘반미(反美)’ ‘반트럼프’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 앞으로 비자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미국 교육기관에도 큰 타격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가 유학생과 그들에게 의존하는 미국 대학에 대격변, 심지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제적, 문화적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자 중단이 장기화하면 각 대학 학생들의 학기 등록에 차질이 생기고 학생 수업료에 의존하는 해당 대학의 예산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WP에 따르면 미국에는 매년 100만 명 넘는 유학생이 온다. 수업비, 생활비 등으로 연간 440억 달러(약 61조6000억 원)를 쓴다. 미 국제교육연구원(IIE) 기준 2023∼2024학년도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은 4만3149명.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다. 이번 조치로 세계 인재를 빨아들여 온 미국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미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학업체 보스턴에듀의 백율리 대표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큰돈을 들여 유학을 가는 학생과 그 부모들은 ‘이렇게 불안한데 꼭 미국 유학을 가야 하나’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28일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학생과 교수 등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 일본, 홍콩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보수 교육 강화 전망… 텍사스주는 교실 십계명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주요 대학이 반유대주의 등을 제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진보 성향 교육을 강조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를 막는다며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같은 명문대에 대한 연방정부 보조금 삭감이나 지급 동결 등을 결정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캘리포니아 소재 주요 주립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진보 성향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최소 10개의 UC 캠퍼스에 입학 관행, 외국 자금 지원 현황 등을 조사 중이다. 주립대는 연방정부 자금 의존도가 높아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보수 텃밭’ 텍사스주 의회는 최근 주내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성서의 ‘십계명’을 게시하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서명하면 텍사스주 공립학교 교실에는 40X50cm 크기로 제작된 십계명 액자가 걸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