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산당 연계 등 ‘안보위협’ 심사
CNN “中 공산당원 최소 9900만명… ‘공산당 연계 학생’ 구별은 불가능”
中 외교부 “유학생 합법적 권익 침해… 美 이미지-국가 신뢰도만 훼손될 것”
트럼프, 하버드대 지원금 삭감 이어… “외국 학생 비율 절반 줄여야” 압박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8일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aggressively)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해외 유학생 중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들을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협 대상’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격화된 중국과의 패권 다툼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정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향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압박했다. 외국인 학생 때문에 미국 학생이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에 입학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 28만 명 中 유학생 날벼락
루비오 장관은 이날 ‘새 비자 정책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우선시한다’는 성명을 통해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정책을 공개했다. 또 중국과 홍콩의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은 그가 언급한 ‘핵심 분야’가 과학·기술·공학·수학을 일컫는 STEM, 군(軍) 관련 분야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중국 유학생은 총 27만7398명. 전체 유학생의 약 25%다. 이들이 미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도 약 143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한다. 중국 고위층도 자녀를 대거 미국으로 보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 보시라이(薄熙來)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보과과(薄瓜瓜) 등도 하버드대 학부를 졸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부터 양국 갈등이 격화하면서 양국의 인적 교류 또한 급격히 냉각됐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및 정보 탈취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1000명이 넘는 중국 대학원생과 연구원의 비자를 취소하는 ‘차이나 이니셔티브’ 조치를 발동했다. 올 3월에도 집권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중국 유학생의 비자 발급을 중단하라는 ‘중국공산당 비자 중단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CNN은 중국공산당원이 최소 9900만 명인데 이 많은 사람 중 ‘공산당 연계 학생’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이번 발표가 ‘단순 위협’ 차원이더라도 중국 유학생 사이에서 미국 유학의 인기를 끝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마이클 로스 웨슬리언대 총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스스로 발등을 찍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념과 국가 안보를 구실로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부당하게 취소한 것은 이들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양국 간의 정상적인 인문 교류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 측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이 항상 주장한 ‘자유’와 ‘개방’이 거짓임을 폭로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국가 신뢰도만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매체 즈신원(直新聞)은 루비오 장관이 27일 각국 유학생 비자 심사 때 이들의 소셜미디어 계정 또한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사실상의 ‘사상 검열’이라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유학 비자 신청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검열하는 것은 마치 간첩을 잡으려는 것처럼 공포스럽다”고 일갈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미국으로 유학 간 인재들이 돌아오면 중국 대학에는 오히려 이익”이라는 환영 여론도 보인다.
셰펑(謝鋒) 주미국 중국대사는 루비오 장관의 발표가 있기 직전 같은 날 미국 워싱턴의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양국의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 발언 직후 미국이 자국 학생에게 차별적 조치를 내놨다며 분개하고 있다.
● 트럼프 “하버드대 유학생 비율 절반 줄여야”
반(反)유대주의 성향, 과도한 진보이념 교육 등을 문제 삼아 최근 하버드대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금을 삭감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하버드대에 대한 압박을 이어 갔다.
그는 이날 “(하버드대의 외국 유학생 비율) 31%는 너무 높다. 15% 정도로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며 “외국 학생 때문에 하버드대나 다른 대학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27.2%다.
특히 그는 “쇼핑센터가 폭발하고 폭동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유학생들이 미국 내 범죄와 연관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펼쳤다.
29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선 축하 연설자로 감염병 전문의인 에이브러햄 버기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나섰다. 지난해 연사는 필리핀의 탐사보도 기자로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레사. 레사는 줄곧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이스라엘을 비판해 왔다. 레사의 등장으로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반유대주의를 문제 삼았다. 이를 의식해 올해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의료인을 골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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