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의 공동 저자로 유명한 스티븐 레비츠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국 유학생 차단 정책은 북한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9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LA NACION)과의 인터뷰에서 레비츠키 교수는 “‘다음 주에 미국에 없을 수도 있는 학생들’과 매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말 끔찍하다”라고 밝혔다.
레비츠키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임기는 매우 권위주의적 본능을 갖고 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를 이기고 종속하는 데 성공하면, 다른 모든 대학이 트럼프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 박사과정생 중 90%가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다. 내 학부생 중 3분의 1은 외국인 유학생이다”라며 “그래서 나는 매일 ‘다음 주에 미국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유학생 없는 하버드 대학을 상상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극단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중국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학생들은 쿠바의 대학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금지하라‘는 것은 북한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가 낙관주의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 사회는 권투 경기의 첫 라운드처럼 충격으로 인한 어지럼증 속에 빠져있는 것 같다”라며 “정부에 대응하고 막을 수 있는 시민 사회가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저명한 정치학자이기도 한 레비츠키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보다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국가 기관을 동원해 반대파를 처벌하고 기관, 조직, 회사, 언론 등을 공격한다”라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전 대통령),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총리),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대통령)보다 심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의 유학생과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전격 취소했다. 하버드대가 ’반(反)유대주의‘ 행태를 보이고 중국 공산당과 결탁했으며, 주로 유학생들이 이러한 과정을 주도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학 측은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몇 시간 만에 법원의 중단 명령을 받아냈다. 앨리슨 버로스 매사츠세츠주 연방법원 판사는 미 국토안보부가 하버드대의 유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한 조치를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외국 학생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국제 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기준, 학생과 교환 방문자를 포함한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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