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트럼프, 주한미군 전면 철수 보복 조치 나설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일 1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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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가 1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3.19/뉴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가 2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감축설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무임승차자’로 간주하고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주한미군) 전면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새 정부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할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전면 철수 카드까지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주한미군 일부 철수 결정이 내려진다면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이 우선 빠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차 석좌는 이날 문답 형식으로 된 논평에서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는 배경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잠재적인 충돌, 특히 대만 및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 내 충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병력 재배치·증강을 위한 목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대한 부담을 더 많이 져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도 반영된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서도 스스로 자국 방어를 감당할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설은 지난달 2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 중 16%인 4500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 보도 관련해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이 동아일보의 질의에 “주한미군 감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부인했지만, 이후에도 감축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같은달 29일엔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을 줄여 인도태평양 지역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하기도 했다.

차 석좌 역시 이같은 논의가 미 당국에서 실제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철수 계획이 실행될 경우, 주한미군 병력은 2만 명 이하로 줄어 한국전 이후 가장 적은 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철수 규모로 언급되는 4500명은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 규모에 해당한다면서 “이 여단이 철수하면, 한반도에는 포병여단 1개만이 상시 전투 전력으로 남게 된다”고도 했다. 우리 군 안팎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미 2사단 예하 순환배치여단인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이 빠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량 차륜형 장갑차가 주력인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은 2022년부터 순환 배치되고 있는데, 이 여단의 규모는 5000명 안팎이다.

차 석좌는 향후 더 많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선 “주한미군의 구조는 지상군 축소와 대만 유사시 대비한 공군·해군 능력 강화로 재편될 수 있다”며 “이 변화는 군사 전략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지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 미국에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지만, 중국에는 대만 유사시 미국 측에 선 한국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이는 남북 화해를 중시하는 한국 진보 세력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겐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동시에 상호관세, 자동차 관세, 철강 관세 등 (트럼프 정부의) 경제적 압박에도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결정으로 미국이 안게 될 부담도 언급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병력 재배치를 강행하면, 미국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한국이 자국 안보를 자력으로 대비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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