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국방부 청사, 대통령궁 인근 군 본부 등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시리아 과도정부가 남부 스웨이다 일대에서 이스라엘과 가까운 소수민족 드루즈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질적인 시리아 내 종파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이스라엘까지 분쟁에 개입하면서 중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연립정부 붕괴 위기에 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외 군사작전으로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집권 연장을 꾀한다는 분석도 있다. 15, 16일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과 샤스당이 연이어 연정을 탈퇴하면서 네타냐후 정권은 의회 120석 중 과반에 크게 못 미치는 50석만 확보하고 있다. UTJ와 샤스당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을 겪고 있는 네타냐후 정권이 1948년 건국 이후 “유대교 전통을 수호한다”는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던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를 징집하려는 데 반발하고 있다.
● 이, 유대 깊은 드루즈족 보호 명분으로 공습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공습 사실을 공개하며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을 당했다. 공습 당시 국영 방송의 여성 앵커가 방송국 뒤쪽 건물에서 폭발이 발생하자 황급히 대피하는 장면도 생중계됐다.
앞서 13일 스웨이다에선 드루즈족 민병대와 수니파 계열 베두인 부족이 충돌했다. 이후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일대에 파견된 정부군과 드루즈족의 무력 충돌로 15일까지 사흘간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분쟁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번 사태로 최소 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마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17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혼란과 파괴’보다 ‘복지’를 우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군은 하루 전부터 스웨이다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드루즈족은 이슬람 시아파에서 파생된 드루즈교를 믿는 소수민족으로, 70만 명 정도가 시리아, 이스라엘, 레바논 등에 흩어져 거주한다. 스웨이다는 시리아 내 드루즈족의 최대 거주지다. 과도정부를 이끄는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소수계 포용을 약속했지만 드루즈족은 “과도정부가 소수민족 탄압을 주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드루즈족은 1957년부터 이스라엘군에서 의무 복무를 하는 등 이스라엘 정부와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에 대한 공습 수위를 높이고 있다.
● 美, 시리아-이스라엘 외교 정상화 추진하다 당혹
다만 이스라엘의 공습에는 자국 안보는 물론이고 네타냐후 정권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등 적대세력이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시리아 남부에 세를 불리지 않도록 경계해 왔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은 더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까지 연정에 남아있는 정당들은 “하마스 궤멸”을 외치며 전쟁 종식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외교관계 정상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시리아 관련 제재 해제 등을 추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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