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유럽 폴란드를 치하하는 과정에서 폴란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거듭 거론하는 상황이라 이번 발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2만85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 또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군이 폴란드에 계속 주둔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현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며 “폴란드가 원한다면 오히려 (병력을) 더 보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폴란드에서 병력을 철수(removing soldiers)하는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폴란드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폴란드는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그(철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조정하겠다는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꾸준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은 일부 조정되더라도 현 수준 이상의 주한미군 역량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는 약속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냈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호평했다. 나토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12%를 국방비로 썼다. 최근 NBC방송은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을 최대 1만 명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폴란드에 주둔한 미군은 빼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은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를 치하하는 동시에 이에 미달하는 다른 나토 회원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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