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수사당국이 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체포한 인원이 475명이며 이 중 대다수가 한국인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날 작전이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집행 작전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이는 단순한 이민자 단속 작전이 아니었으며 몇 달 간에 거쳐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준비해 온 검거 작전”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공장의 불법 고용 등에 대한 정황을 입수하고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할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기소된 것은 없지만 곧 밝혀낼 것”이라고 말해 현대차와 관련 하청업체 및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 “단순 검거 아냐…수개월 간 준비”
이날 미국 조지아주 수사당국은 조지아주 남부지검에서 전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에서 벌인 불법 이민자 검거 작전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브리핑에는 조지아주 남부지검 메그 히스 연방 검찰을 비롯해 HSI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조지아주 경찰 알코올·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마약단속국(DEA) 소속 등 총 7명의 간부들이 나섰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이번 수사는 HSI의 주도하에 ICE, 집행추방국(ERO), 연방수사국(FBI), ATF, 국세청 범죄수사국(IRS CI), 미 노동부, 감사관실(OIG), 연방 보안관실, 조지아주 경찰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불법 고용을 줄이고, 불법 노동자를 착취하는 고용주가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법무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불법 고용 행위와 심각한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로 사법적 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요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무더기로 잡아 버스에 태우는 그런 이민 단속 작전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수개월 동안 진행된 형사 수사로, 우리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인터뷰와 문서 수집을 해왔다”며 “사법적 수색 영장을 받기 위해 그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청업체까지 수사” 한국 기업 타격 우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현장에서 체포된 475명에 대해서는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했거나 체류 요건을 위반했고,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으로 들어온 사람들, 또 어떤 이들은 비자를 가지고 들어와 초과 체류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해당 공장은 하청업체와 그 밑의 하청업체, 또 그 밑의 재하청업체로 연결돼 있는 구조”라며 “우리는 단순히 모기업 뿐 아니라 그 하청업체까지 전체 네트워크를 밝혀내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배나 지역에는 현대차의 진출에 따라 현대차의 협력사들이 대거 진출해 공장 설립을 지원해 왔는데 이들 회사까지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우리는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과거 근로자들로부터 많은 제보를 받았고 앞서 여러차례의 이민자 단속과정에서 붙잡힌 이들이 해당 공장 근로자였음을 파악했다”며 “올초부터 수개월에 걸쳐 증거를 수집한 끝에 이번 검거작전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현재 붙잡힌 이들이 ICE에 구금돼 있으며 대부분은 간밤에 폴크스턴 구치소로 이송됐다고 확인됐다. 이들은 곧 관행에 따라 다른 불법체류자 전용 수용소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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