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버스 기사의 모습. 그는 이 상태로 급정거를 하지 않고 갓길로 옮겨 버스를 세웠다. (출처=문회보 캡처)
홍콩에서 운전기사가 쇠막대에 가슴을 찔리는 중상을 입고도 침착하게 버스를 세워 수십 명의 승객을 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속에서도 끝까지 안전을 지킨 그의 행동이 ‘영웅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홍콩 문회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경 홍콩 967번 버스가 타이람 터널 인근을 달리던 중 도로에서 튀어나온 쇠막대가 앞 유리를 뚫고 들어와 운전기사의 가슴을 찔렀다.
■ 쇠막대에 가슴 뚫리고도 침착하게 버스 멈춰
경찰이 입수한 쇠막대. 73cm 가량의 길이에 한 손에 겨우 잡히는 두께다. (출처=문회보 캡처)목격자에 따르면, 환승 정류장을 출발한 지 약 500m 지나자, 버스 안에서 갑작스럽게 ‘쾅’하는 굉음이 울렸다. 도로에서 튀어나온 쇠막대가 버스 앞 유리를 뚫고 들어와 운전기사의 가슴을 찌른 것이다.
문제의 쇠막대는 길이 73cm, 성인 남성이 겨우 움켜쥘 두께였다. 당시 65세 운전기사는 극심한 고통에도 급제동 대신 천천히 속도를 줄여 버스를 갓길에 세운 뒤 구조를 요청했다.
한 승객은 “운전기사가 의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침착했다”며 “모두가 긴장한 상황에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운전기사는 곧바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화물차에서 떨어진 쇠막대…운전자 체포
쇠막대에 구멍이 뚫린 버스 유리창. (출처=문회보 캡처)경찰은 해당 쇠막대가 한 화물차 적재함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운전자(43)를 위험 차량 운전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재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관리 부실 도마 위
사고 전 이미 쇠막대가 도로 위에 있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40분 전 한 운전자는 이를 발견하고 타이람 터널 관리회사 비상 직통전화에 5차례 이상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터널 운영사인 교통기반시설관리유한공사는 신고 전화가 연결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며 “통화 녹음 장치 이상을 긴급 수리했다”고 밝혔다. 홍콩 교통부는 업체에 철저한 조사와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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