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세계 경제대국 미국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 지위를 잃은 것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6일(현지 시간) 무디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리면서,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무디스마저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것이다. 무디스는 1917년 이래 미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 왔다.
미국이 ‘트리플 A’ 지위를 잃은 이유는 막대한 재정적자다. 무디스는 “미 정부와 의회의 무책임한 지출이 재정 적자를 키워 왔다. 미국 경제와 금융의 강점을 인정하지만 재정 지표 악화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관세 폭탄’에 흔들리던 미 국채 시장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16일 신용등급 강등 직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0.04%포인트 오르면서 4.49%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 하향은 빚 갚을 능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의미라 채권 수요 감소와 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로 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무디스가 강등을 시사해 왔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美 ‘Aaa→Aa1’ 신용 강등… ‘셀 USA’ 재현땐 세계 채권시장 혼란
막대한 부채증가-이자부담 확대에… 무디스, 108년만에 美신용등급 손봐 “신용위험 이미 반영, 충격 제한적” 속… 대출 등 여타 금리까지 상승 우려도 트럼프, 파월 의장에 금리인하 압박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108년 만에 미국은 최고 신용등급을 모두 잃게 됐다. 미국의 금융 패권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미중 관세 타결로 잠잠해진 ‘셀(Sell) USA’ 현상이 재현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무디스는 16일(현지 시간)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 최고 등급을 부여한 이후 줄곧 미국에 최고 등급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100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 금융시장의 절대적 위상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8월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피치도 2023년 8월 신용등급 강등에 동참했다. 무디스 역시 같은 해 11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16일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미국은 3대 평가사 모두로부터 최고 등급을 박탈당하게 됐다. 세계적인 부채 급증으로 현재 글로벌 신평사 3곳 모두의 최고 등급을 유지하는 국가는 독일, 호주, 덴마크, 스위스 등 9개국으로 줄어든 상태다.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내렸을 때 금융시장은 극심한 충격에 빠져 S&P500이 하루 만에 6.7% 급락한 바 있다. 반면 2023년 8월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는 2011년만큼의 대폭락은 없었다. 이번에도 당장의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1년 8월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대비해 왔고, 미국의 신용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바이든 탓 돌리기 나서
문제는 미국 경제가 부채 급증, 고물가, 관세 충격에 압박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 금리가 뛰면 덩달아 대출 등 여타 시장 금리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1분기(1∼3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의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국채 시장 마감 전 약 15분 동안 연 4.44% 선에서 4.49%로 점프한 바 있다(국채 가격 하락). 미국 국채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반이 되는 금리라 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세계 채권시장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와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며 매도세가 이어지는 ‘셀 USA’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안을 발표한 직후 투자자들이 미 국채 매도에 나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가파르게 오른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의) 최근 무역 전쟁은 미국의 ‘특별한 지위’에 이미 손상을 입혔다”면서 “이번 등급 강등은 그 충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디스 발표 다음 날인 17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연준이 ‘조만간(sooner, rather than later)’ 금리를 낮춰야 하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며 “늘 늦는 것으로 유명한 파월은 이번에도 또 망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에 더해 신용등급 강등 책임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무디스에 돌리는 모양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바이든이 초래한 난장판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