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운명 걸린 4일]
29일까지 스톡홀름서 美-中 통상협상… 트럼프도 英서 EU와 협상에 집중
韓, 사실상 31일 하루에 담판 지어야… “시간 쫓긴 韓정부, 부담 커질 우려”
정부가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이달 말 사실상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관세 및 통상 담당 장관들이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협상에 나서면서 한미 고위 당국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최종 조율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 하루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2일 일본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전격 타결해 무역 합의에 대한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 시간에서도 쫓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시간에 쫓기다 자칫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대거 수용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러트닉 “결정은 결국 트럼프 몫”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주말에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특히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의 뉴욕 관저로도 찾아가 협상을 진행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6일 “큰 쟁점에서 서로 합의가 이뤄진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협상은 끝까지 가봐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도 한국의 ‘비관세 장벽’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이슈에서 ‘백화점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는 또 “결정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그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맞출 협상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국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 ‘막판 협상’ 韓, 시간 쫓겨 부담감 커져
2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현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무역협상 담판에 나섰다. 턴베리=AP 뉴시스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다음 달 1일까지 불과 나흘가량 남았지만 한미 고위급 회담은 주말 회동을 끝으로 잠시 멈춤에 들어간다. 미 측 핵심 인사들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비우기 때문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을 위해 이미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EU와의 통상협상 등에 집중한다. 27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관세 담판에 나선다.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 역시 EU와의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28, 29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3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관세 실무 사령탑’으로 통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같은 기간 스톡홀름에 머문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를 갖기로 했지만, 구 부총리의 출국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회담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연기된 양국 재무장관 회동은 베선트 장관이 워싱턴에 돌아오는 대로 열릴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31일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통상협상에 힘을 보탠다.
결국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 가운데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협상을 위해 한국에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30일과 31일, 단 이틀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당장은 중국과의 협상에 거의 올인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무역협상에선 사실상 31일 하루에 많은 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된 언론 질의에 “미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생산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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