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 2월 말 이후 약 6개월 만에 얼굴을 다시 맞댔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며 거칠게 몰아붙였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날도 배석했다. 다만 회담 분위기는 2월과 완전히 달랐다.
바뀐 분위기는 회담 전부터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한 표정으로 반갑게 맞았다. 이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회담이 시작되자 작심한 듯 트럼프 대통령을 내내 추켜세웠다.
언론에 공개된 약 27분의 대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12번이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반년 전 밴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에 충분히 감사하지 않는다며 “당신의 나라를 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쏘아붙였다. 이를 의식해 이번에는 노골적인 감사 표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 상이군인이 쓰던 골프채를 선물했다. 사진출처 X두 정상은 이날 선물도 교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다리를 잃은 우크라이나 군인으로부터 받은 골프채를 ‘골프 애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악관 모양의 열쇠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인은 훨씬 더 큰 군대(러시아)와 싸우고 있다. 지옥처럼 용감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반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검정 티셔츠에 삼지창이 새겨진 전투복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고 “제대로 차려입었네”라고 비꼬았다. 당시 보수 성향 케이블 채널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AP/뉴시스 글렌 기자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장 차림이 멋지다”고 칭찬한 뒤 자신의 이전 발언을 사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옷을) 바꿔 입었는데, 당신은 그대로”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를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도 크게 웃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건 대통령님이 아닌, 부인께 보내는 편지”라며 자신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쓴 서한을 건넸다.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 멜라니아 여사가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에 납치된 우크라이나 아동을 우려하는 서한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젤렌스카 여사의 서한을 받아 든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영국 BBC 또한 우크라이나의 ‘서한 외교’가 트럼프 대통령 부부 모두를 추켜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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