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한국인 300여명 구금]
ESTA 입국 직원들 귀국 조치
현지 체류자들 비자 전수 점검
4일(현지 시간) 미국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되면서, 미국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는 다른 한국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공장 가동 노하우를 미국 현지 공장에 전수하기 위해 파견됐던 한국 엔지니어들과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귀국 또는 출근 중단’ 공지가 내려졌다. 상당수 대기업이 당분간 한국 직원의 미국 출장을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지 생산 시설 가동 시점은 계획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 투자를 발표하고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거나 가동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과 LS전선 CJ제일제당 등이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화그룹도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추가 투자해 시설 확대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최근 미국에 엔지니어들을 출장 보내 생산 시설을 신규 착공하거나 증설하기 위한 작업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모든 작업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B-1, B-2 비자를 발급받은 직원들은 자택에서 대기하고, ESTA로 입국한 직원들은 즉시 귀국하도록 조치했다. 또 아직 업무가 남은 출장 직원들에게도 현장이 아니라 호텔에 머물며 일을 마무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본사 직원의 신규 미국 출장은 전면 중단하기로 하고, 이를 미국 내 주요 협력사에 공지했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출장자를 대상으로 “필수적인 출장인지 다시 판단하고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다른 기업들도 미국 체류 한국 국적 직원들의 비자 등 체류 형태가 업무에 적법한지 전수 점검에 나섰다.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 다른 기업으로 단속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 초부터 미국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일부 기업에서는 미국 출장 시 유의점을 내부적으로 공지하기도 했었다. 6월 삼성전자는 “ESTA를 활용한 출장 중 취지에 맞지 않는 일정 운영으로 입국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ESTA를 활용한 미국 출장 시 최대 체류 일수는 2주 이내로 하고, 2주 초과 시 담당자에게 문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단속 여파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프로젝트 전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에서의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생산 시설 확충이나 가동 일정이 전면 뒤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구금 사태가 발생한 조지아 공장 외에도 오하이오주에서 혼다와 합작 공장을 짓고 올해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 합작으로 조지아에 공장 1개를 건설 중이며, SK온 및 포드의 합작 법인인 블루오벌SK가 테네시에 공장을 짓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고객사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제때 지어야 하는데,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일정이 모두 흔들릴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가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려면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현지 진출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전기전자 공사나 첨단시설 설치 등 고난도 업무가 가능한 미국인 건설 근로자는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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